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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은경 변호사 • 사단법인 크레도 공동대표
    *이 글은 지난 11월 25일, 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한 평등법(차별금지법) 제정에 관한 찬반 토론회에서 반대측 토론자로 참석한 이은경 변호사의 토론문입니다.


    토론회가 열린 날,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인권위원회 2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여 ‘우리나라가 인권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평등법(차별금지법)을 반드시 제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 법안은 근본적으로 전체주의적인 시각으로 정치, 경제, 문화, 교육, 종교 등 사회 각 분야에서의 국민의 기본적인 자유권을 심각하게 제약하는 법입니다. 아래 토론문의 내용을 통해 평등법 (차별금지법)이 우리 사회에 가져 올 재앙적 결과에 대해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시길 바랍니다. - 편집자 주

    1. 개요


    이 법안은 헌법의 근본이념인 자유와 평등 중 자유 영역을 평등 영역으로 급격하게 옮기는 법입니다. 평등법의 제정은 ‘헌법개정의지’의 발동으로 볼 정도로 ‘급진적, 혁명적’인 문제입니다. 이는 단순히 국민에게 ‘모든 영역의 차별금지의무’를 부과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가치규범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법’이므로, 실은 헌법 이슈입니다. 이에 대하여 첫째, 현행법 체계상 문제점, 둘째, 헌법상 여성지위와의 충돌문제, 셋째, 공론화 요건과 국민의 알권리를 말씀드리겠습니다.

    2. 현행법 체계상 문제점


    우선 법안 구성 체제는 차별 ‘개념’이 명료치 않고, ‘사유’는 논란이 많고, ‘영역’은 광범위하며, ‘구제’는 갈등과 투쟁 사회로 만들 우려가 있습니다.

    1) 개념부터 살펴 보면, “직, 간접 차별 외에 괴롭힘, 성희롱, 차별표시·조장 광고”까지 포함한 것은, 개인 간의 소통이나 SNS 등을 규제할 수 있어 표현의 자유를 억업할 수 있고, ‘정당한 비판과 반대’에도 쉽게 혐오 프레임을 씌울 수 있습니다. 또한 분리·구별·제한·배제 같은 차별개념이 추상적이라, 이것을 정의하는 기관에 ‘권력’이 독점되게 됩니다. 그들이 정해주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원래 차별개념은 점진적 사회적 합의를 통해 형성되는데, 이 판단 권한을 ‘국민’이 ‘국가’에 통째로 넘겨주는 것이 평등법 또는 차별금지 법안입니다. 국가의 후견적, 보호자적 입장이란 미명으로 말입니다. 국가는 우월하고 국민은 열등하다는 발상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권력은 비대해지고 피후견인인 국민은 의존적, 피동적 존재로 전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2) 탄력적 적용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인권위나 법원이 새로운 사회현상이 발생할 때마다 “차별사유”를 추가할 수 있기 때문에, 국민들은 ‘내가 이런 말과 행동을 하는 것이 차별에 해당합니까?’하고 국가기관에 질의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특히 ‘분류하기 어려운 성’을 도입한 것은 혼인을 1남 1녀의 결합으로 묶어둘 것인지 아니면 더 다양한 혼인과 가족 형태를 도입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동성결혼’ 합법화 문제도 바로 수면 위에 떠오르게 만들 것입니다. “가족형태나 상황”에 있어서도 최근 여가부가 혼인, 입양, 혈연 외의 동거형태도 가족으로 편입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혼인과 더불어 가족의 정의를 바꾸는 것은 삶의 양식이 전면적으로 바뀌는 중차대한 문제입니다. “유전정보 등 신체조건” 부분은 초등용 교사지침서에 이미 ‘필요한 유전자들을 결합시키는 세 부모 가족’을 다양성의 예시로 들고 있는 만큼, 생명윤리 이슈도 맞물려 있어 조심스럽게 접근할 문제입니다.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은 혹여 이단종파나 주체사상 등에 대한 비판도 차별로 볼 것인지 결정해야 하는 난제가 많습니다. 정치나 사상의 토대인 종교적, 도덕적 논의까지 ‘차별에 해당하면 어떡하나?’하는 압박감을 준다면, ‘입 막이 법’이 될 우려가 적지 않습니다. 국가의 사상 통제수단으로 쓰일 우려도 불식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성적지향” 등도 동성애 등 ‘행위’에 대한 문제 제기를 ‘행위자’에 대한 비난으로 치부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찬성 측 토론자로 나오신 박종운 변호사는 “동성애가 신앙적으로는 죄라고 선포하면서도 그분들을 껴안고 사랑으로 녹여내기를 소망한다”고 하셨는데, 행위와 행위자를 구분하는 이 발언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러나 그 행위에 대한 윤리적, 도덕적 판단 자체를 법으로 강제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신앙적 사랑의 실천 문제와는 별개라고 생각합니다. “학력”의 차별에 대한 부분도 매우 애매합니다. 예컨대, 대졸자 공채를 없애라는 말인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더구나 해외 입법례도 드문 “고용형태”를 차별 금지 사유의 하나로 포함시킨 것은 법의 취지와 달리 결과적으로 취업대란이 일어나게 하지 않을지 걱정이 앞섭니다.

    3) 이 법안은 ‘공백없는 평등보호’란 미명으로 모든 영역으로 차별금지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종전에 자유롭게 선택하고 표현할 수 있던 행위들이 대폭 금지되는 것입니다. 이는 사적 자치는 물론, 양심과 종교, 학문과 예술,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줄어들고, 직업의 자유는 물론, 재산권과 경영권에 대한 제약도 커짐을 의미합니다. 대신 국가의 개입과 규율권한은 대폭 강화되는 것입니다. 특히 ‘종교’의 영역에서의 차별금지는 예배, 미사, 법회 같은 내적 활동이 아니라, 사회에 나와 국민을 대상으로 고용, 교육 등 무엇인가를 할 때마다 적용되니, 종교의 자율성이 보장될 수 없습니다. 이 법은 예배당과 사찰 안으로만 종교를 가둬놓으려는 궤변에 다름없습니다. ‘교육 영역’은 국가나 지자체에, 차별시정 및 평등문화 확산의무까지 부과하고 있는데 (안 9조 4항), 국가가 특정 가치관을 확정해 놓고 이것과 다른 것은 차별이라고 못 박을 경우, 자녀들이 세뇌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생각하고 판단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제3의 성’의 도입은 기존 성교육과의 충돌을 피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해외에서 10대 성전환 희망자들이 폭증하고, 성전환 반대를 이유로 양육권이 문제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4) 소송지원(안 34조), 차별시정명령(안 35조) 등을 도입하고, 특히 손해액 추정, 징벌적 배상까지 인정하는 “차별구제”는 정말 문제입니다. 누군가가 차별을 받았다며 의도적으로 진정해버리면, 기존 제도보다 강력한 구제수단을 주기 때문에 가해자로 지목당한 사람은 엄청난 불이익을 받습니다. 예컨대, n번방 같은 성폭력 피해자들은 검찰이 범죄사실을 일일이 입증해야 하는데, 성희롱 같은 차별 피해자들에겐, 입증책임까지 경감해 오히려 상대방이 정당한 사유를 입증해야 합니다. 아이러니한 평등권 침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특정 신념이 확고한 사람들에겐 ‘전재산 몰수법’일 수도 있습니다. 혹여 소송사태라도 당할 경우, 신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인권위는 이 징벌배상이 처벌이 아니라 억제에 주안점이 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하지 말란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라는 그 유명한 연설을 알고 있습니다. 종교적 신념이나 사상을 통제하는 것은 지금까지 인류가 목숨을 걸고 저항해 온 일입니다.

    3. 헌법 상 여성지위와의 충돌문제


    헌법은 ‘양성평등을 기초로 한 혼인과 가족생활(36조 1항), 근로영역의 여성차별 금지(32조 4항), 여성 복지, 권익 향상을 위한 국가 노력의무를 명시하고 있는데(34조 3항), ‘제3의 성’ 도입은 이러한 헌법상 여성권리와 충돌할 수 있습니다. 평등법 또는 차별금지법을 제정해 남녀의 2분법적 성별 구분을 없애자는 의견이 많습니다. 우리 헌법과 민법은 양성(兩性), 부부(夫婦), 남편과 아내, 부모(父母)라는 성구별적 용어를 사용하는데, 이것을 모두 바꾸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남녀 구별없애기, 그리니까 성차 지우기는 ‘모성적 속성에 대한 평가절하’다, ‘여성성의 새로운 비하’다, ‘여성인권의 본질을 흐리는 물타기다’ 란 비판이 많습니다. 사람을 성적으로 불특정한 주체라고 정의할 경우 기존에 남녀 차이로 존재하던 불평등이 다른 형태로 다시 되풀이될 것이란 것입니다. 사실 동성애자 상호간도 남녀 성 역할, 일종의 고정관념이 있다는데, 이들의 성역할에 근거한 상호 차별은 어떻게 할 것입니까? ‘성역할에 관한 고정관념에 기초한 차별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게 헌법재판소 입장인데 말입니다. 또 다른 예를 들자면, 남성 성전환자의 여성 스포츠 출전, 화장실, 목욕탕 사용 문제 등 역차별 가능성을 들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LA 여성목욕탕에 입장한 남성 보도는 세간에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여성 비례대표, 여성 사외이사 할당 등도 재조정 대상이 될 것입니다. 오히려 공무원, 공기업과 이사회의 성소수자 할당제 등이 논의되던데, 일부러 성소수자라고 거짓말을 해서 혜택을 받으려는 오용사례도 속출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법안이 본의 아니게 제3의 성을 권장하는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습니다.

    4. 공론화 요건과 국민의 알 권리


    마지막으로, 오늘 같은 토론회도 조문검토만으론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 법안대로 하려면, 각종 법 개정, 정부 및 민간 조직과 교육과정 재편 등 사회적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가게 됩니다. 앞으로 모든 평등법 토론회는 정부와 민간이 부담해야 할 사회적 비용을 산출하고, 재정이 이런 변화를 감당할 수 있는지 ‘공신력 있는 보고서’를 반드시 제출해야 합니다. 이것을 수반하지 않은 논의는 반쪽짜리 토론회에 불과합니다. 국민에게 법의 ‘필요성부터 실효성, 부작용, 입법 여파, 사회적 비용’ 등 모든 쟁점에 대한 알권리를 보장하여 적극적인 찬반토론을 하는 게 ‘더 나은 미래’를 선택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그동안은 공허하고 추상적인 ‘차별논쟁’만 벌였습니다. 게다가 평등법 반대론자들은 평등의 적이며 차별을 조장하는 혐오세력인 듯 매도당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태도는 다양한 견해를 짓밟는 ‘민주주의 죽이기’입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평등법만 제정되면, 차별, 억압, 착취라는 단어가 사라질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법 만능주의 환상’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기 존재하는 구체적인 개별 법률을 잘 활용하고 굳이 새로운 법이 필요하다면 ‘공론화’를 통해 실질적으로 차별을 불식하는 게 현명한 입법이라고 생각합니다.



    01 지난 11월 25일 더불어민주당 정책토론회 주최로 진행된 평등법(차별금지법)토론회 토론자 단체 사진
    02 토론중인이은경변호사

    사진출처 http://www.newspower.co.kr/sub_read.html?uid=5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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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들게 된 취지가 무엇인가?
    한국성평화연대를 만들었을 때가 2018년입니다. 한국성평화연대를 만든 이유는 정말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크게 세 가지 이유를 들 수 있습니다. 첫째, ‘페미니즘에 대한 문제의식을 ‘안티테제’에서 가지는 것은 한계가 따른다. 그러므로 누군가의 반대 세력이 아닌, 우리가 주도하는 긍정 세력이 되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둘째, ‘성평등’이라는 가치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라는 것입니다. 평등은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라, 남성과 여성의 화합을 위한 수단으로써 작용해야 했었습니다. 평등이 그 자체로 목적성을 띄다보니 성평등의 사용이 한계점을 넘어 오히려 개개인에게 폭력적으로 적용되어 왔습니다. 이제는 ‘성화합’이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존재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셋째, 언어의 부재입니다. 성별에 관련한 모든 담론을 구성하는 언어가 이미 오염되고 왜곡되어있다는 것입니다. 성평등, 성차별, 성인지감수성, 2차가해, 여성폭력, 데이트폭력 등을 비롯한 수많은 언어들은 남성과 여성의 화합을 설명하기에 너무 오염되어 있습니다. 남성과 여성의 화합을 말할 수 있는 개념어와 활자들로 새로운 성담론을 구성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국성평화연대에서는 성평등과 성차별로 남녀를 바라보지 않고, 성평화와 성위기 혹은 성화합과 성파괴로 상황을 바라보며 설명합니다. 또한 가정 모델을 가부장제라고 설명하지 않고, ‘가분담제’라는 개념어로 설명합니다. 성담론의 대전제를 구성하는 개념어의 전환으로 갈등의 언어가 아닌 화합의 언어로 설명합니다.


    성평화 대상을 수여받고 있는 최인호 군


    어떻게 만들어 왔나?

    한국성평화연대라는 집단 조직을 만들며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SNS를 통해 성평화라는 가치관을 알리고, 실제로 사람들을 한 명 한 명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생각해보면 지금도 어설프지만, 그때는 정말 더 어설펐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서로 만나는 한 명 한 명이 모두 진심이 충만했고, 서로에게 의지할 수 있는 존재들임에 감사했습니다. 피켓, 포스터, 카드뉴스를 만들어 활동했었는데 당시는 구호를 만들어 본 경험이 있거나, 디자인을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없었기에 하나의 창작물을 만드는 것이 굉장히 어렵고 의견이 분분했던 기억이 납니다. 또한 성가치관을 정립하는데에 있어서, 어떤 것을 메인 의제로 둘지 등 각종 의견에 대한 각자 의견이 갈렸기 때문에 단톡방 안에서도 갈등이 많아 중재하고 규칙을 만드는 것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던 기억이 납니다.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우리 공동체의 큰 방향성을 설정하기 위해 “성평화기본체계”를 만들고, 성평화 로고와 구호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조직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지부와 본부 체계를 만들고 각 지부별 지부장과 부지부장을 투표로 선출해 개인 역량이 드러나도록 했습니다.
    이러한 모든 과정에는 진심으로 조력하고 응원해주는 동지들이 함께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부별 매달 정기 모임과 단체 총괄 행사인 정기 총회를 연도별로 기획하며 우리의 단합과 의지를 한국성평화연대 구성원 각자가 가시적으로 보고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하였습니다. 이렇게 함께 하는 인원은 초기 20명이 40~50명이 되고, 50명이 100명으로, 100명이 150명으로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성평화 대모상을 수여받으신 오세라비 작가님


    무엇을 해왔나?

    이후 한국성평화연대는 교육정책국을 따로 개설해서 성평화 가치관을 구성하는 개념어들로, 오염되고 왜곡된 주요 성담론에 대한 새로운 해석들을 커리큘럼화하여 교육하고 배포하고 있습니다. 가령 가부장제, 유리천장, 독박육아, 성인지감수성, 여성폭력방지기본법, 비동의간음죄, 젠더와 성주류화 등에 대해서 성평화적 견해들을 만들어 공표합니다. 공표된 견해들은 각 지부로 전달되어 지부의 정기모임에서 다뤄볼 수 있도록 합니다. 또한 학생사회에도 성평화라는 가치관을 알리기 위해 전국 연합 성평화 동아리, WALIH(왈리)We Always Live In Harmony를 조직하였습니다.

    초기 WALIH는 서울대, 연세대, 성균관대, 세종대, 인헌고, 송내고 등을 비롯하여 총 11개 학교로 시작하였습니다. 각 학교의 동아리 회장들이 동아리 부원을 모집하여 성평화 커리큘럼을 따라 관련 서적을 읽고 토론하고 글을 쓰는 동아리였습니다. 당시 인헌고의 WALIH 동아리 회장을 맡은 학생이 최인호군이었습니다. 이후 최인호군과 함께 교내 페미니즘 사상 주입과 전교조 정치 교사들의 편향된 사상 주입을 막고 스스로 학생을 수호하자는 목표로 ‘전국학생수호연합’이라는 학생 조직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한국성평화연대는 학생 사회에서 성평화 가치관을 알리는 것 뿐만 아니라, 사법 시스템 속에서도 ‘남자는 가해자’, ‘여자는 피해자’라는 왜곡된 성인식으로 잘못 자리잡은 허위 미투와 수사 관행으로 너무나 쉽게 신체의 자유를 박탈당하는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한국성범죄무고상담센터’를 도와 성평화 가치관을 알리고 있습니다. 또한 센터를 통해 데이터들을 취합해 남성가해자론, 여성피해자론의 허구 담론의 모순을 자료화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훗날 아버지와 어머니의 숭고함과 남성과 여성의 성화합을 위한 정책을 만드는 데에 일조하게 될 것입니다.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가?

    현재 성별은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남성과 여성의 위대한 역사가 소멸되고 있습니다. 남성성과 여성성은 세상에서 가장 수치스럽고 공격적이며 당장이라도 벗어던져야 할 것처럼 묘사되고 있습니다. 성평화는 남성과 여성이 가장 자랑스러운 역사로 기록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남성과 여성이 가장 고결하고 숭고한 사명을 띄고 있는 터전이자 설명서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이 목표입니다. 자랑스러운 남성과 여성, 자긍심 느낄 수 있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우리 사회의 공통의 목표일 것입니다.


    한국성평화연대 지부원들


    이것을 위해 제도적으로는 ‘성별을 평등하게 맞추다보면 정의로운 세상이 구현될 것’이라는 양성평등기본법을 넘어, 성별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 성별을 자랑스럽게 만들 것이라는 양성’평화’기본법을 만드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현재 양성평등기본법은 남성과 여성을 다른 별개의 진영으로 두는 전제 위에 서로가 평등해져야 하는 것이 정의롭다고 하지만, 양성평화기본법은 남성과 여성이 같은 진영에 있다는 전제 위에서, 남성과 여성을 멀어지게 만들거나 자긍심을 폄훼하는 별개의 다른 진영으로부터 ‘남성과 여성을 수호’하는 제도가 될 것입니다. 세계적으로는 결국 인류의 성평화를 이뤄야 합니다. 전세계적으로 문명 사회를 이룩한 선진국을 필두로 페미니즘과 PC주의 광풍때문에 성별을 탈피하는 것을 넘어 성별이 소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안전하고 가장 신뢰도가 높은 성별인 남성과 여성이 인류의 역사에서 지워져간다면, ‘정체성 난민’들이 넘쳐나게 되어 국가는 이들을 수용하여 관리하는 수용소가 될 것입니다. 남성과 여성의 영역이 넓어져야 개인이 확대됩니다. 남성과 여성이 축소되면 축소될 수록 공권력이 비대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아직은 미비하고 연약하며 부족한 소집단이지만, 대한민국에서부터 작은 변화들을 만들어 나아갈 것입니다.
    성평화! 좋아! 조아! 조화!



    한국성평화연대 간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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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가정기본법은 2004년, 가정 중심의 통합적 복지서비스 체계를 확립할 수 있는 행정적, 제도적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제정되었습니다. 그런데 2020년 9월 1일과 11일에 더불어 민주당 남인순, 정춘숙 의원이 각각 현행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였습니다.

    두 의원 모두 현행 건강가정기본법이 ‘건강가정’에만 지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다양한 가족형태가 나타나고 있는 현대사회의 변화를 충분히 수용하지 못하고 있으며 ‘건강가정’이 ‘건강하지 않은 가정’이라는 상반된 개념을 도출시킬 수 있어 가족형태간의 차별을 야기하는 바, 법률명을 ‘가족정책기본법’으로 수정함으로써 가족의 형태를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가족 구성원간의 평등을 도모하고자 개정안을 발의하였다고 제안 이유를 말하고 있습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으로는

    ▶ “가족” 개념 삭제(제3조 제1호 삭제)
    ▶ “건강가정”이라는 용어를 삭제하고 “가족지원”, “가족정책” 등 중립적인 용어로 변경
    ▶ 혼인과 출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가족해체를 예방하고자 하는 제8조와 제9조 삭제
    ▶ 가족 형태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며 민주적이고 평등한 가족관계를 강조하는 제2조의 신설 등이 있습니다.

    이번 개정안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가정’의 정의를 삭제하고 ‘가족’으로 대체하면서, 정작 ‘가족’의 정의(Definition)가 없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여성가족위원회와 법무부에서도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현행 ‘건강가정기본법’에서의 가족은 ‘혼인, 혈연, 입양’으로 이루어지는 관계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번 개정안에서 ‘가정’의 용어를 삭제하고 ‘가족’으로 대체하면서 ‘가족’에 대한 정의 규정을 삭제해 버림으로써 넓은 의미로 동성커플, 동성결혼자 등이 가족의 범위에 포함될 수 있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소위 ‘평등법(차별금지법) 조항과 결합하면 결국 동성결혼을 이유로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을 성문화하는 결과를 가져와 국민의 종교와 양심의 자유를 심각하게 해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혼인과 출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가족해체를 예방하고자 하는 조항을 삭제하려는 시도는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한 헌법 제 36조 1항을 위반한 위헌적인 법률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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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기 대한민국에서도 동성애자, 트랜스젠더, 퀴어(LGBTQ)를 법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발의된 차별금지법, 동성애 운동, 퀴어이론, 퀴어신학, 퀴어문화축제, 젠더교육 등이 글로벌 성혁명 운동과 사회주의 성정치 운동의 맥락에서 점차 영향력을 확대하기 시작했지만, 이미 이러한 운동은 서구에서는 거대한 저항운동을 직면하면서 이제 저물고 있다. 동성애 운동, 퀴어 이론, 젠더이데올로기 그리고 차별금지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이론가이자 여제사장으로도 평가되는 주디스 버틀러는 2020년 4월 “누가 젠더를 두려워하는가? (Who is Afraid of Gender?)”라는 제목의 강연을 통해서 『젠더 트러블』의 저자로서 남녀의 생물학적 성차이를 교란시키고 해체시키는 트러블메이커로 그동안 활동한 자신이 젠더이론에 대한 강력한 글로벌 저항운동에 직면해서 “트러블(곤경)”에 처하게 되었다고 말하면서 도움을 요청했다. 


    그녀는 21세기 글로벌 반-젠더이데올로기(anti gender ideology movement)가 프랑스, 독일, 스위스, 헝가리 등 유럽 전역과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 전역 등에서 강력하게 등장하고 있다고 증언하고 있다. 프랑스뿐 아니라, 독일에서도 국가페미니즘(Staatsfeminismus) 형식으로 탑다운 방식으로(사회주의적 방식으로) 강제되는 젠더교육과 젠더연구가 "자주 전체주의적인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고 주디스 버틀러는 불평한다. 주디스 버틀러는 21세기 유럽전역에 걸쳐서 젠더교육에 대한 반대하는 운동이 커져서 점차 젠더교육이 폐지되고 있다고 증언한다. 2013년 이후로 프랑스에서도 젠더교육 폐지 운동이 거세지고, 최근 헝가리에서도 젠더교육이 폐지되었고 젠더연구 중심지로 유명했던 중부유럽대학(Central European University)이 이 강력한 젠더이데올로기 비판운동과 저항운동에 직면해서 다른 곳으로 이전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디스 버틀러는 말한다. 


    2019년 브라질 대통령도 취임사에서 젠더교육을 학교 공교육에서 폐지하기로 선언했고, 이러한 흐름은 콜롬비아 등 남미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주디스 버틀러는 소개했다. 차별금지법을 주장하는 주디스 버틀러는 이 강연을 통해서 그동안 레즈비언페미니즘, 퀴어이론, 젠더이데올로기의 주요이론가로서 지난 20년간 법률적 승리가 이루어졌지만, 1999년 바티칸의 가정에 관한 공식기구와 공식문서 등을 통해서 로마 가톨릭 교회와 두 교황으로부터 젠더이데올로기가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라는 창조질서라는 기독교 가르침에 대한 공격으로 이해되어 "악마적인 이데올로기"로 평가되었다고 말했다. 주디스 버틀러가 증언하고 있는 것처럼 젠더이데올로기에 대해서 로마 가톨릭 교회는 두 교황을 중심으로 글로벌한 저항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그것은 글로벌한 정치지형에도 큰 영향을 주어서 곳곳에서 젠더교육이 폐지되기 시작했다. 젠더교육에 선봉에 섰던 북유럽 노르웨이에서도 최근 젠더교육 예산이 대폭 삭감되었다. 주디스 버틀러의 증언처럼 로마 가톨릭뿐 아니라, 복음주의 교회와 오순절 교회들도 이 젠더이데올로기에 대한 강력한 저항운동에 연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국가인권위원회와 정의당을 중심으로 마치 퀴어와 젠더, 차별금지법을 지지해야 ‘진보적인’ 것처럼 생각하지만, 이러한 사유는 21세기 유럽에서부터 퇴조하기 시작했기에, 어느 정도의 뒷북일 수 있다. 글로벌하게 거세지는 젠더이데올로기에 대한 저항운동과 폐지운동은 21세기 유럽 전체에 걸친 사회주의(민주적 사회주의) 노선의 퇴조와 포스트모더니즘의 황혼과 연동되어 있다. 성적 지향과 젠더 정체성에 대한 차별금지법은 범기독교적(혹은 범그리스도교적인) 차원에서 21세기 글로벌하게 거세지는 반젠더이데올로기 운동과 연대하면서 저항해야 한다. 서구에서도 젠더이데올로기 20년 역사 동안 처음 10년 정도는 그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다가 이후 10년부터는 글로벌한 차원에서 젠더교육을 폐지하는 방향이 대세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젠더 주류화(Gender-mainstreaming)가 대세가 아니라, 젠더교육 페지 운동이 21세기에 접어들어서 주류화되어가고 있다. 주디스 버틀러는 "퀴어 무정부주의(Queer anarchism)”를 주장하는데, 무정부주의가 결코 인류 문명의 주류가 될 수 없는 것처럼 그녀가 주장하는 무정부주의적-사회주의적 동성애 운동, 퀴어이론 그리고 젠더교육은 결코 주류화될 수 없으며 극소수 운동으로 ‘톨레랑스’의 영역에 제한될 수 밖에 없다. 젠더 주류화(Gender-Mainstreaming)는 결코 주류가 될 수 없으며 21세기 인류 문명의 지속 가능한 대안이 될 수 없다.


    주디스 버틀러는 2020년 4월 강연에서 독일에서도 젠더이데올로기에 대한 반대운동이 거세지면서 학계에서도 이 젠더이론 자체가 “전체주의적인”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고 불평했는데, 독일 학계에서의 젠더교육 비판운동에 대해서 잠시 알아보자. 동성애, 퀴어, 젠더, 차별금지법은 모두 기본적으로 사회주의 성혁명 운동과 성정치 운동에 속하는데, 사회주의는 초기 프랑스 사회주의 운동에서 시작되었지만, 독일에 와서 완성된다. 동성애 운동, 퀴어, 젠더 등은 모두 기본적으로 독일 68 학생 문화혁명 운동, 독일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비판이론(Kritische Theorie)의 기초에 존재하는 프로이트막시즘(Freudomarxismus)으로부터 파생한 것이다. 주디스 버틀러도 독일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비판이론을 가르치는 교수직에 있으며, 최근 아도르노 상을 수여받기도 했다. 이러한 사회주의 성정치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독일에서도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젠더연구와 퀴어연구 폐지운동이 등장하게 되었다. 


    1990년대 주디스 버틀러의 퀴어이론과 젠더연구 등을 가장 선구자적으로 독일 대학에 정착시켰던 독일 함부르크 대학 페미니즘 교수였던 마리안네 피퍼(Marianne Pieper)는 2018년 “퀴어 연구는 어디로 가는가? 퀴어 이론과 실천의 현상황과 미래에 대하여(quo vadis queer studies? – Zur Situation und Zukunft queerer Theorie und Praxis)”라는 강의에서 최근의 독일 대학에서의 퀴어 연구와 젠더 연구의 극복과 폐지 등에 대해서 증언하고 있다. 그녀는 자신이 가르쳤던 독일 함부르크대학에서의 젠더 연구 분야도 최근 폐지되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퀴어 연구와 젠더페미니즘 분야를 폐지하는데 독일 중도우파 정당인 기독교민주연합(CDU) 정치인들이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고 이 여교수는 소개한다. 그리고 피퍼 교수는 "뇌과학적으로 이미 반박되고 폐기된 존 머니(John Money)의 젠더개념"을 급진페미니즘 학자들이 수용해서 젠더 연구 분야를 만들었다고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아도르노와 주디스 버틀러의 성적인 금기(동성애, 매춘, 소아성애, 근친상간) 폐지 주장 

    주디스 버틀러는 최근 아도르노 상을 받았는데, 아도르노는 프로이트막시즘과 문화막시즘을 추구한 독일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비판이론(Kritische Theorie)에서 가장 주요한 철학자이자 가장 잘 알려진 학자다. 아도르노는 1967년 10월 16일 오스트리아 비엔나 대학교에서 오스트리아 사회주의 학생연합(Verband Sozialistischer Studenten Österreichs)의 초대로 이루어진 “성적인 금기와 오늘날의 법률(Sexualtabus und Recht heute)”이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성적인 금기(Sexualtabus)를 철폐해야 하는 주장을 했다. 프랑스 초기 사회주의들에서부터 보편적 매춘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존재했는데, 아도르노도 매춘 금기에 대해서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매춘에 대한 박해(Verfolgung der Prostitution)”에 대해서 비판하고 동성애 금기도 비판하며, 동성애를 변호했다. 마지막으로 아도르노는 이 강연에서 소아성애도 지지하는 인상을 주면서 소아들의 성욕망에 대해서도 언급하는데, 전반적으로 프로이트 사상과 빌헬름 라이히의 사상이 수용된 내용이다. 아도르노는 이 강연에서 성적인 금기들을 파괴하고 이것을 형법제정 절차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아성애에 대한 아도르노의 입장은 그다지 명확하지 않지만, 성적인 금기들의 폐지를 주장하면서 "소아들의" 성욕망에 대해서도 긍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도로느의 이 강연은 이후 “섹슈얼리티와 범죄”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젠더이데올로기의 가장 중요한 이론서라 할 수 있는 『젠더 트러블: 페미니즘과 정체성의 전복』에서 버틀러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과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주의 인류학 등에 기초해서 사실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이론에 등장하는 어머니를 향한 아이의 근친상간 성욕망을 긍정하며, 나아가 근친상간 금기에 대한 폐지를 주장한다. “주디스 버틀러, 근친상간 그리고 아이의 사랑에 대한 질문”이라는 2010년 논문도 주디스 버틀러의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이론에 등장하는 근친상간 성욕망을 긍정하며 그렇기에 근친상간 금기를 폐기해야 한다는 그녀의 주장을 다루고 있다. 독일어권에서 글로벌 성혁명 운동에 대한 비판적 계몽운동의 선구자로 활동하는 가브리엘 쿠비도 버틀러가 사실상 근친상간 금기의 폐지를 주장한다는 점을 비판한다.


    버틀러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과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주의 인류학에 등장하는 근친상간 금기와 그녀가 새롭게 주목하는 동성애 금기 등을 성혁명적인 관점에서 해체하고자 한다. 여기서는 버틀러의 이러한 주장을 르네 지라르의 미메시스적 인류학, 지라르의 그리스 비극이해와 지라르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이론에 대한 해명에 근거해서 비판하고자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근친상간 금기와 동성애 금기를 해체하고 파괴하고 파계(transgression)하려고 하는 주디스 버틀러는 ‘오이디푸스 왕’과 ‘안티고네’와 같은 그리스 비극에 대한 피상적 이해와 오독을 하고 있다. 이전 기고문에서 주장한 것처럼 주디스 버틀러뿐 아니라, 프로이트막시즘과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자체가 그리스 비극작품 ‘오이디푸스 왕’에 대한 범성욕주의적 오독에 기초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이론이라는 초석 위에 세워진 사상누각이다. 21세기에도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학문적 분야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지만, 여전히 정립된 학문으로 자리 잡고 있지 못하다.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이론은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의 초석인 동시에 아킬레스건이다.

     

    버틀러는 이성애 친족구조, 재생산, 근친상간 금기, 동성애 금기 등 인류 사회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금기‘를 프로이트막시즘에서 파생된 젠더이데올로기의 이름으로 해체하고 전복하려고 한다. 버틀러는 오이디푸스가 아니라, 안티고네를 정신분석학의 새로운 출발점으로 제안하면서 대안적인 친족형태를 제시하고자 한다. 아버지 오이디푸스의 근친상간의 자식으로 태어난 안티고네는 국가와 법의 대변자인 왕 크레온에 대항하다 결국 죽음에 이른다고 전해지는 소포클레스 비극 속의 인물이다. 동성애 금기를 파계한 안티고네는 버틀러에 의해 이러한 젠더유토피아주의적인 새로운 대안적 친족관계를 대표하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버틀러는 이렇게 오이디푸스보다는 안티고네가 상징적 질서의 재편과 재구성을 요구하는 유토피아적 관점을 대변하는 것으로 제시한다.


    버틀러는 프로이트막시즘적인 성유토피아주의의 정신 속에서 파생된 급진적인 사회구성주의(Sozialkonstruktivismus)의 이름으로 생물학적 성을 해체하고자 할 뿐 아니라, 그동안 인류 문화의 기초로 작용했던 금기들(근친상간 금기와 동성애 금기)도 전복하려고 한다. 하지만 버틀러는 그 금기들의 파계를 보여주는 오이디푸스와 안티고네를 비극적인 주인공으로 보여주는 그리스 비극 자체가 당시의 그리스 폴리스의 정치적 호국문학이었다는 사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 그리스 비극작품은 버틀러나 성혁명 이론가들이 기대하는 것과 같은 전복적 혁명문학이 아니라, 그리스 폴리스 체제옹호적이고, 체제유지적이고 그리고 체제갱신적인 카타르시스적인 호국문학이었다. 버틀러는 자신의 성혁명적이고 성정치적인 프로이트막시즘에 기초해서 문화인류학적 근거가 희박한 젠더유토피아주의를 주장하고 있다.


    동성애 금기와 근친상간 금기의 파계자인 안티고네 역시 오이디푸스와 마찬가지로 차이소멸적인 하마르티아로 인해서 죽임을 당하고, 그녀의 죽음은 그리스 비극을 관람하는 군중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주게된다. 오이디푸스와 마찬가지로 안티고네 역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선물하는 카타르마(인간 희생양), 파르마코스(인간 희생양) 그리고 희생염소(scapegoat) 역할을 하고 있다. 버틀러는 오이디푸스 뿐 아니라 안티고네 역시 프로이트막시즘적인 관점에서 오독하고 있다. 버틀러에게 있어서 오이디푸스는 근친상간 금기와 소아성애 금기의 파괴를 지지하는 상징과 근거로 이해되고 있으며, 오이디푸스의 근친상간으로 출생한 안티고네는 동성애 금기와 근친상간 금기의 파괴를 지지하는 근거로 이해되고 있다.


    그렇기에 근친상간과 부친살해라는 인류문화의 가장 근본적인 차이와 질서를 차이소멸적으로 붕괴시키고 파괴하는 비극적인 하마르티아(비극적 결함, 죄악)를 범한 오이디푸스가 ‘차이의 파괴자’로서 희생염소 역할을 하는 것처럼 정체성이 애매모호한 안티고네도 ‘차이의 파괴자’로서 파르마코스 역할을 하고 있다. 오이디푸스의 근친상간과 버틀러가 새롭게 부각시키는 안티고네의 동성애도 모두 파르마코스 역할을 하는 그리스 비극의 비극적 주인공들의 차이소멸적인 하마르티아로 파악해야 한다. 근친상간 금기를 파계한 오이디푸스와 마찬가지로 동성애 금기를 파계한 안티고네는 희생염소 역할을 할 뿐이다. 안티고네는 사실 근친상간 금기를 파계함으로 동성애 금기도 파계했다고 버틀러는 본다. 친족과 젠더의 규범을 교란시키는 차이소멸적인 차이의 파괴자 안티고네는 오이디푸스와 마찬가지로 희생염소 역할을 하고 있으며, 그녀의 죽음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관중에게 선물한다.


    사회주의 성혁명과 성정치 운동이 지향하는 성유토피아(Sexualutopie)

    21세기 글로벌 성혁명 운동과 사회주의 성정치 운동의 최종적인 목적은 일종의 성유토피아로서, 모든 성적인 금기를 폐지하고, 모든 성범죄를 탈범죄화하고 나아가 그것을 법제화해서 보호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를 사회주의적 법률혁명 시도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위에서 비판한 독일 68 학생 문화혁명과 운동의 멘토였던 아도르노의 이러한 성적인 금기들(Sexualtabus)에 대한 법률적 탈범죄화와 폐지주장의 영향을 받아서 정치권에 진출한 독일 녹색당과 좌파 정당들은 실제로 소아성애의 탈범죄화와 법제화를 추진하려고 했다. 


    앞에서 소개한 것처럼 독일 녹색당과 좌파(Linke) 정당들의 소위 소아성애적 안티파(안티파시즘) 운동이 존재했다. 그들은 반권위주의적-사회주의적 재교육(Umerziehung)의 이름으로 모든 성적인 금기들(동성애 금기, 근친상간 금기, 소아성애 금기 등)의 파계, 파괴 그리고 법률적인 탈범죄화를 통한 성유토피아를 건설하고자 했다. 21세기 사회주의 성정치 운동은 모든 성적인 금기들을 파괴하고 해체하고자 하지만, 새로운 언어금기를 다시 만들어 내었는데, 그것은 바로 차별금지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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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일권 박사
    르네 지라르 이론에 대한 학제적 연구 중심지로 성장한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대학교 조직신학부 기독교 사회론(Christliche Gesellschaftslehre) 분야에서 신학박사(Dr. theol.) 학위를 받았다. 이후 인스부르크 대학교 인문학부의 박사 후기 연구자(postdoctoral research fellow) 과정에서 학제적 연구프로젝트 『세계질서-폭력-종교』 (Weltordnung-Gewalt-Religion), 『정치-종교-예술:갈등과 커뮤니케이션』에서 연구하고 귀국했다. 지라르를 직접 2번 만나 학문적 대화를 나누었다. 한동대학교와 숭실대학교 기독교학대학원 초빙교수로 가르쳤다. 국제 지라르 학회인 ‘폭력과 종교에 관한 콜로키움’(Colloquium on Violence and Religion)의 정회원으로서 르네 지라르와 불교 연구에 있어서 국제적 인지도를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800여개의 외국논문이 정일권 박사의 연구를 인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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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Who is Afraid of Gender? Prof. Judith Butler (https://www.youtube.com/watch?v=cqc3uCold08&fbclid=IwAR3N5_mCGe_r51M7MCmGYAy4G46u9ctuERBK9HjlzYNjNRz13zmkXpmoCJA )

    2) 이에 대해서는 저자의 신간 『문화막시즘의 황혼. 21세기 사회민주주의 시대의 종언』 (서울: CLC, 2020) (김승규 전 법무부 장관/국정원장 연구지원 및 추천)을 참고하라.

    3) Prof. Dr. Marianne Pieper: quo vadis queer studies? – Zur Situation und Zukunft queerer Theorie und Praxishttps://www.freie-radios.net/101400?fbclid=IwAR0iNCrzo7KuDZ2IG0P4FGQKZJ9_9SwabS60yW7r4ByK-EGIaOd140G4GQU 

    4) Fischer Bücherei, Bd. 518/519, unter dem Titel "Sexualität und Verbrechen", Frankfurt und Hamburg 1963; außerdem abgedruckt in: Band 10.2 der Gesammelten Schriften, Suhrkamp Verlag, Frankfurt am Main, S. 533 - 554. 

    5) Judith, Butler, Gender Trouble: Feminism and the Subversion of Identity (Routledge. 2007).

    6) JE, Kilby, 'Judith Butler, incest, and the question of the child's love' , Feminist Theory, 11 (3), 2010 , pp. 255-265.

    7) Judith Butler,. Antigone’s Claim: Kinship between Life &Death (New York: Columbia University Press,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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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밤, 20세 가량 되는 앳된 목소리의 한 자매가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어렵사리 꺼낸 말은 “하나님은 과연 어떤 분이신가요?” 하는 질문이었습니다. 쉽게 답하기 어려운 주제이기에 “왜 그러한 질문을 하세요?” 하고 되물었을 때, 자매의 답변은 이러했습니다. 교회에서 “하나님은 사랑이시라”는 말씀은 많이 들었지만 도무지 하나님이 사랑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오히려 하나님은 차갑고 무서운 분으로 느껴질 뿐, 나를 기뻐하시며 나를 따스하게 사랑하시는 분으로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고백이었습니다.


    “단 한번이라도 좋으니 하나님이 나를 진정 사랑하신다는 것이 마음에 와 닿을 수만 있다면 좋겠어요.”하는 절규와도 같은 호소였습니다. 사연을 들어보니 부모님은 교회를 열심히 출석하시는 장로님, 권사님이시지만, 그 부모로부터 따스한 사랑을 받아보지 못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오히려 냉정하고 무관심하고 야단치는 부모이었기에, 그 딸은 육신의 부모를 통해 하나님 아버지도 냉정하고 무관심하고 야단치는 분이라는 ‘왜곡된 하나님 상’을 소유하게 된 것입니다.


    부모도 사랑을 배워야 합니다



    사랑은 감정이 아닙니다. 사랑은 나의 인격이고 성품입니다. 사랑은 대상의 문제가 아닙니다. 즉 네가 사랑스러워서 사랑하는 것이 아닙니다. 네가 사랑스럽지 못해서 사랑할 수 없다는 것도 틀린 이야기입니다. 사랑은 나의 인격이고 성품이기 때문에 네가 사랑스럽든 사랑스럽지 않든 간에 사랑은 흘러나와서 너를 살리고 회복시키는 것입니다. 물론 부모 자신이 어린 시절 흠뻑 자기 부모로부터 건강한 사랑을 체험하고 배우며 살았다면 저절로 그러한 사랑이 흘러나와 실천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부모 자신이 어린 시절 건강하지 못한 사랑을 경험했거나 자기 부모로부터 사랑을 충분히 배우지 못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결과 자기 자녀들에게 또 사랑을 충분히 주지 못하거나 잘못된 사랑을 주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참으로 두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예수님의 사랑을 배우고 또 배워야 합니다. “우리가 아직 연약할 때에 기약대로 그리스도께서 경건하지 않은 자를 위하여 죽으셨도다. 의인을 위하여 죽는 자가 쉽지 않고 선인을 위하여 용감히 죽는 자가 혹 있거니와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 대한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셨느니라.(롬 5:6-8)” 예수님의 사랑은 우리의 죄, 연약함, 실수 등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사랑하신 참 사랑인 것입니다.



    자녀는 부모로부터 흠뻑 사랑을 받아야 합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부모는 하나님을 대신하여 자녀에게 사랑을 흠뻑 넣어 주어야 합니다. 충분한 사랑을 받은 자녀는 자신을 사랑할 줄 알고, 그 사랑으로 다른 사람 또한 사랑할 줄 알게 됩니다. 그러나 사랑받지 못한 자녀는 늘 사랑에 목마를 뿐 아니라,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어렵고, 그 결과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도 어렵게 됩니다. 사랑받지 못한 자녀는 하나님의 사랑에 대해서도 확신하기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자녀가 부모의 사랑을 받으려고 애쓰고 노력하도록 해서는 안 됩니다. 사랑에 목마름을 느끼도록 해서도 안 됩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부모가 나를 사랑한다는 신뢰를 갖게 해 주어야 합니다. 나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라는 것을 확신하도록 흠뻑 사랑을 전달하는 부모가 되시기 바랍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신들이 자녀를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녀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사랑에는 건강한 사랑과 건강하지 못한 사랑이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애착 또는 집착은 진정한 의미의 사랑이 아닙니다. 소유하고 지배하는 것도 사랑이 아닙니다. 강요하고 조종하고 통제하는 것도 사랑이 아닙니다. 이러한 잘못된 사랑은 자녀로 하여금 사랑에 대한 혼돈을 경험하게 합니다. 건강하지 못한 사랑은 자녀의 정신을 건강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부모 여러분, 당신의 자녀 사랑은 어떤지 한 번 점검해 보십시오.



    이러한 사랑은 잘못된 사랑입니다


    1) 과잉보호 사랑

    과잉보호는 자녀를 성장시키지 못합니다. 과잉보호는 자녀를 나약하고 무기력한 존재로 만듭니다. 과잉보호를 받은 자녀는 내가 무능하기 때문에 부모가 나를 믿지 않는다고 느낍니다. 자녀는 때로 실수를 통해 배우기도 해야 하는데, 과잉보호는 실수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입니다. 어차피 인생은 모험과 어려움으로 가득 차 있기 마련입니다. 부모가 평생 따라 다니며 어려움을 막아 줄 수는 없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자녀를 진정 사랑한다면 어려움을 스스로 극복하도록 강하게 키워야 합니다. 자녀를 평탄하고 안이한 길로 가게 하기보다는 고난에 직면하고 이길 줄 아는 강한 자녀로 양육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밥을 먹여 주기보다는 스스로 먹도록 기회를 준다든가, 옷을 입혀 주기보다는 스스로 갈아입도록 기다려 주고, 무거운 것을 들어주기보다는 스스로 들어보게 하거나, 숙제를 지나치게 도와주기보다는 스스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이것이 자녀를 성장시키는 사랑입니다. 자녀를 부모만 의존하는 나약한 존재로 키우지 마십시오. 인생의 과제를 스스로 풀어 나가는 강한 자녀로 키우십시오. 그것이 진정한 사랑입니다.


    2) 권위 없는 사랑

    권위 없는 부모는 자녀를 망칩니다. 부모의 권위는 하나님 권위를 대신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부모의 권위란 자녀를 윽박지르거나 무섭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요즈음 자녀에게 절절 매거나 자녀에게 ‘안 돼’ 라는 말을 못하는 부모가 많습니다. 그러나 자녀에게서 부모로서의 권위와 존경을 받아내지 못하면 자녀는 나중에 감당 못할 말썽쟁이가 됩니다. 성경적 부모는 하나님의 거룩함과 공의와 진리를 대신하여 자녀를 인도해야 합니다. 또한 자녀는 부모에게 순종하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그것은 억지로 강요하는 순종이 아니라 자녀가 부모의 사랑과 권위에 감동하여 자발적으로 반응하는 순종을 말합니다. 또한 순종은 자녀를 복 받게 하는 영적 법칙이라고 성경에서는 말하고 있습니다.


    ‘자녀들아 너희 부모를 주 안에서 순종하라. 이것이 옳으니라. 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라. 이것이 약속 있는 첫 계명이니 이는 네가 잘되고 땅에서 장수하리라.(에베소서 6 :1-3)’


    이처럼 자녀가 부모를 진심으로 공경할 때 번영과 장수의 약속된 축복이 있음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3) 편애

    자녀를 편애하는 것은 사랑받지 못하는 자녀뿐 아니라 편애 받는 자녀에게도 해롭습니다. 편애 받는 자녀는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적이고 자만한 사람이 되기 쉽고, 반면에 사랑받지 못한 자녀는 거절감과 열등감과 분노의 상처를 얻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 부모는 자신도 모르게 어느 한 자녀를 더 사랑할 수도 있습니다. 내가 낳지 않은 자녀를 키우는 경우에도 본능적인 사랑이 생기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의 죄 된 모습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혹시 마음은 그렇더라도 공평한 사랑이 전달되도록 노력하십시오. 이를 위해서 때로는 사랑하는 마음이 덜 가는 자녀에게 오히려 의도적으로 더욱 친근하게 사랑을 표현해 보십시오. 그러면 어느새 따스한 사랑의 마음이 회복되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주님이 주시는 사랑의 마음이지요. 편애는 극복될 수 있습니다. 편애가 모든 자녀에게 해롭다는 것을 명심하면서 자녀 모두에게 골고루 공평한 사랑을 표현하도록 노력해 보십시오.


    4) 완벽주의 사랑

    완벽주의 부모는 자녀에게 “그것은 이러해야 합니다” “더욱 잘 해야 합니다”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조금만 더 잘하면 좋겠습니다” 하는 끊임없는 요구를 합니다. 이미 달성한 성과에 대해서는 격려와 인정을 표현하지 않습니다. 혹시 표현하더라도 아주 슬쩍 표현하고 맙니다. 크게 강조해서 전달하는 것은 “더욱 잘하라”는 표현입니다. 그래서 완벽주의 부모는 아무리 잘 해도 칭찬과 만족을 전달하지 않습니다. 과잉 기대를 가지고 더욱 잘해서 최고의 성과를 받으라고 계속해서 요구하고 기대하는 것이 완벽주의입니다.


    그러한 부모 밑에서 자란 자녀는 부모의 만족과 인정, 칭찬과 격려에 굶주려 있습니다. 처음에는 자신도 최선을 다해 부모의 기대에 다다르려고 노력하지만, 점점 힘에 겨워합니다. 마음속으로 ‘나는 안 돼’ ‘나는 항상 이 모양이야’ ‘부모님을 기쁘게 해 드리는 것은 불가능해’라고 생각하다가 결국에는 자포자기에 빠지고 맙니다. 그리고 분노를 느끼기도 합니다. 끊임없는 기대와 요구보다는 자녀의 작은 성취에도 아끼지 말고 칭찬과 격려를 표현하는 부모가 되십시오.


    5) 조건부 사랑

    조건부 사랑(conditional love)이란 “만일 네가 이러이러하면 엄마가 너를 사랑할 거야”라는 표현처럼, 사랑을 베풀기 전에 자녀에게 어떤 조건이나 대가를 요구하는 부모의 태도를 말합니다. 자녀가 사랑스러운 일을 해야만 사랑하겠다는 행위 위주의 사랑이기도 합니다. 자녀의 자격과 조건과 행위와 성적 등에 따라 사랑을 줄 수도 있고, 사랑을 걷어갈 수도 있다는 태도입니다.


    그런데 흔히 우리 부모들은 자신도 모르게 조건부 사랑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말 잘 들어야 엄마가 예쁘다 그럴 거야” “착해야 아빠 딸(아들)이지” “말 안 들으면 엄마가 밉다고 할 거야” 같은 표현입니다. 그렇게 되면 자녀는 자기가 사랑받기 위해서는 자격을 갖추어야 하고, 힘써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사랑은 우리의 자격이나 행위나 성취와 상관없이 우리를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하시는 조건 없는 사랑입니다. 우리도 그와 같이 자녀에게 조건 없는 사랑을 전달해야 합니다. 조건 없는 사랑을 받은 자녀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부모가 나를 사랑한다는 확신 가운데 두려움 없이 밝게 성장하게 됩니다.


     

    참사랑을 전달하는 몇 가지 구체적 방법

    그러면 이제 조건 없는 사랑을 구체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몇 가지 태도와 방법을 살펴봅시다.


    1) 자녀를 보면 활짝 웃어주세요

    누군가 나를 보고 웃어준다는 것은 내 존재가 환영받고 사랑받는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줍니다. 특히 부모가 나를 볼 때마다 활짝 웃으며 기뻐해 준다면, 자녀는 조건 없는 사랑을 경험합니다. 내 존재 그대로 부모에게 기쁨을 주는 사람이라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반대로 누군가 나를 볼 때마다 얼굴을 찡그린다면 자녀는 존재의 무가치감을 느끼게 됩니다. 부모의 불만스러운 표정 속에서 자녀는 눈치를 보게 됩니다. ‘뭔가 내가 또 잘못했구나’ ‘나를 싫어하나 보다’ ‘나는 자격 미달이다’ 하는 부정적 메시지를 전달받게 됩니다. 은근히 ‘너는 못 마땅해’, ‘이래야만 너를 사랑할 거야’ 라는 조건부 메시지를 주면서 사랑이라는 대가로 아이를 조정하는 셈입니다. 그러면 아이는 은근히 부모의 눈치를 보게 됩니다. 어린 자녀는 부모의 사랑을 받으려고 안간힘을 쓰게 됩니다. 노력해도 부모의 사랑이 오지 않을 때 자녀는 부모로부터 거절감이라는 상처를 입게 됩니다. 이것은 어린 자녀에게는 형벌과도 같습니다.


    자녀들을 보면 활짝 웃어 주세요. 자녀를 보고 기뻐하세요. 자녀를 만나면 환영해 주세요. 이것이 사랑과 용납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너의 존재 자체가 나에게는 기쁨이다’라는 조건 없는 사랑의 메시지를 전달해 주는 것입니다. 하루에 몇 번이라도, 아이가 옷을 더럽혀 왔을 때도, 성적이 떨어졌을 때도, 엄마 마음이 불편할 때도 자녀를 보면 무조건적 웃음을 선물로 제공해 보십시오. 그러면 자녀는 놀랍게도 밝고 건강하게 성장하게 될 것입니다. 


     2) “참 귀하구나” 라는 말을 자주 사용해 주세요

    사랑은 반드시 표현되고 전달되어야 합니다. 전달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마치 종이 울려야 종의 역할을 감당하듯이 사랑은 표현되어야 그 효과가 발휘됩니다. 마음속에 사랑을 가지고 있어도 표현하지 않으면 자녀는 사랑을 느끼지 못합니다. 조건 없는 사랑을 말로 표현하십시오. 예를 들면 “너는 참 귀하구나” “어이구 귀해라” “정말 사랑스럽다” “엄마는 너만 보면 좋다” “아빠가 피곤했는데 우리 아들(딸)을 보니 피곤이 싹 가시는구나” “요게 없었으면 어쩔 뻔했을까?” “천만금을 준다고 해도 너랑 바꾸나 봐라” 하는 표현 속에는 부모가 어떠한 일이 있어도 나를 사랑한다는 귀한 메시지가 들어 있습니다.


    반대로 “저게 왜 태어났는지 몰라” “아이 지겨워” “못 살어 못 살어” “아휴 저 웬수!” “누굴 닮아 저렇게 못생겼니?” “사랑할 구석이 있어야 사랑하지?” “저리 가라, 꼴도 보기 싫다” “정말 마음에 안 든다” “정말 실망스럽다”하는 표현 속에는 거절감이 포함된 조건부 사랑이 들어 있습니다. 부모의 무심코 던진 말들이 자녀에게는 존재의 무가치감을 준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자녀를 볼 때마다 조건 없는 사랑과 축복의 표현을 전달하십시오.


    3) 자녀가 실수했을 때 “괜찮다”라고 꼭 말해 주세요

    많은 부모들이 자녀의 실수를 용납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이를 테면 자녀가 컵을 깨뜨렸을 때, “너 또 실수했구나” “왜 그렇게 부주의하니” “엄마가 조심하라고 그랬지”하고 무심코 던지는 말들에서 자녀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을 느끼게 됩니다. 실수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실수는 배움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실수를 두려워하면 발전이 없습니다. 오히려 실수를 감행할 때 발전과 성장이 있습니다. 따라서 자녀가 실수했을 때에도 사랑과 용납을 표현하면 자녀는 두려움 없이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는(risk taking) 사람으로 건강하게 자라게 됩니다.


    자녀가 실수하거나 실패했을 때 “괜찮다” “다치지 않았니?” “사람은 누구나 실수한단다” “실수를 겁내지 마라” “엄마도 실수한단다” “아빠도 예전에 성적이 떨어진 적이 있었단다” 하고 말하십시오. 자녀는 처음에는 놀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표현의 내용 속에서 부모의 조건 없는 사랑과 용납을 경험하고는 자녀는 앞으로 자신의 실수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실수까지도 용납하는 넉넉한 마음을 갖게 됩니다.


    4) “사랑해” 쪽지를 자주 전달하세요

    사랑의 표현은 날마다 필요합니다. 어제뿐 아니라, 오늘도 부모의 사랑은 자녀에게 표현되고 전달되어야 합니다. 우리 자녀들도 비록 어릴지라도 생활 속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때마다 용기를 잃고 좌절하기도 합니다. 특히 십대의 자녀는 친구와의 관계와 성적 등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그때 부모의 “사랑해” 쪽지는 큰 용기와 격려를 갖게 해 줍니다. 
     

    e-메일과 문자로 사랑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하고, 때로는 포스트잇에 적어서 자녀의 책상 위에 붙여 놓으세요. “많이 힘들지?” “엄마가 너를 사랑한다는 것을 잊지 마” “아빠가 항상 네 곁에 있음을 기억해라” “우리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너를 사랑한단다” “엄마, 아빠는 언제나 네 편이다”라는 쪽지를 전달하십시오. 그것이 조건 없는 사랑의 표현입니다. 


    5) 만날 때마다 품에 잠시 안아 주세요

    자녀를 볼 때마다 부모의 품에 안아 주십시오. 부모의 넓은 품을 아끼지 마십시오. 부모의 따스한 포옹을 통해 자녀는 많은 위로와 사랑을 체온과 피부로 느끼게 됩니다. 엄마의 따스한 품, 아빠의 넓은 가슴 속에 안길 때 자녀는 조건 없는 사랑과 용납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것이 포옹의 마력이기도 합니다.  


    물론 포옹하면서 “사랑해”라는 표현을 함께하면 효과는 더욱 큽니다. 책상에 앉아 공부하고 있는 자녀에게 다가가 “힘들지?” 하고 말하면서 어깨를 감싸준다면, “열심히 공부해라” 하고 말하는 것보다 몇 배나 강력한 지지와 격려를 줍니다. 자녀를 조건 없는 사랑으로 포옹해 주는 습관을 가지세요. 그 효과는 실로 놀랍습니다. 


    6) 자녀와의 데이트 시간을 가지십시오

    자녀와의 데이트는 관계 회복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고 싶어 합니다. 자녀를 진정 사랑하는 부모라면 아무리 바빠도 자녀와의 데이트 시간을 만들 수 있습니다. 흔히 자녀는 ‘우리 엄마, 아빠는 나와의 시간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아’ 하고 생각하곤 합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녀를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막상 시간을 내어서 자녀와 대화하며 데이트할 시간은 갖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아빠는 “나는 너희들을 위해서 뼈 빠지게 일하고 있다”하고 말하면서도 막상 사랑하는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은 소중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어떤 아빠는 자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쓸데없이 낭비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너 시간 좀 낼 수 있니? 아빠가 밖에서 만나고 싶은데….” “어디서 만날까?” “학원 앞에서 아빠가 기다릴게 나하고 데이트 좀 하자” 하고 자녀에게 데이트를 신청해 보십시오. 자녀가 좋아하는 장소를 택하십시오. 시끄러운 곳이어도 좋습니다. 그냥 만나서 웃으며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입니다. 그때 “공부 잘하고 있니?” 라는 말은 금물입니다. 오히려 자녀의 친구 이야기나, 고민거리를 들어만 주십시오. 


    설교와 교훈보다는 자녀의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 주는 것이 진정한 데이트입니다. 부모에게 쓸데없는 것 같은 이야기도 자녀에게는 중요한 이야기라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아빠가 바쁜 중에도 시간을 일부러 내어서 나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자녀는 아빠의 사랑과 용납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자녀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도록 조심 하십시오

    어린 자녀는 부모가 야단칠 때, 여러 가지 상처를 받기가 쉽습니다. 훈계를 받으며 자녀는 마음속으로 잘못된 생각을 갖기가 쉽습니다. 이를테면 ‘엄마, 아빠는 나를 싫어하시는 구나’ ‘나는 왜 이렇게 자꾸 잘못을 저지르는 것일까’ ‘나는 형편없는 아이야’ ‘나같이 나쁜 애는 언젠가 나쁜 벌을 받고 말거야’ 등의 왜곡된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부모는 자녀의 마음에 지나친 죄의식이나 낮은 자존감의 상처가 생기기 않도록 조심하여야 합니다. 훈계는 벌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살다가 고난과 어려움을 만났을 때도 하나님은 벌이나 재앙을 주시는 분이 아니라는 확신만 있으면 고난은 너끈히 이겨낼 수 있습니다. 모든 고난은 우리에게 오히려 유익의 결과를 가져다주는 것입니다.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너희를 향한 나의 생각을 내가 아나니 평안이요, 재앙이 아니니라. 너희에게 미래와 희망을 주는 것이니라. (예레미야 29:11)
     

    따라서 자녀를 훈계할 때에 어떠한 일이 있어도 벌 받는 것으로 느껴지지 않도록, 오히려 부모의 사랑으로 느껴지도록 유의하십시오.


    자녀는 결국 부모의 삶을 보고 배운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결국 진정한 훈계는 삶과 행동으로 보여주는 모델링을 포함하는 것입니다. 말과 혀만으로는 자녀에게 좋은 성품과 습관을 심어주기는 어렵습니다. 자녀에게 “거짓말하지 말라”고 했으면 부모부터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됩니다. “부모를 공경하라”고 했으면 우리부터 부모님을 공경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부지런하라”고 했으면 우리부터 부지런해야 합니다. “하나님을 공경하라”고 했으면 우리부터 하나님을 공경하는 진실한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자녀는 부모의 삶을 보면서 자연스레 모든 것을 배운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이기복 교수
    한동대학교 교수와 횃불트리니티 신학대학원 교수를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성경적 부모교실, 성경적 아내교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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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내과학교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에이즈 연구소,경북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내과학교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내과학교실, 이화여자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내과학교실,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내과학교실,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내과학교실,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한양대학교 건강과 사회 연구소, 국립보건연구원 바이러스질환연구과 

    김준명, 최준용, 정우용, 성혜, 김신우, 김우주, 최희정, 김민자, 우준희, 김윤정, 최보율, 최윤수, 기미경, 김기순, 한국 HIV/AIDS 코호트 연구 


    서 론 
    에이즈(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 AIDS)는 처음 그 모습을 드러낸 이후 우리 인류에게 엄청난 희생과 피해를 초래하였으며, 현재도 전 세계적으로 약 3,700만 명이 human immunodeficiency virus (HIV) 에 감염되어 살아가고 있다[1]. 그러나 그간 The joint united nations programme for HIV-AIDS (UNAIDS)를 중심으로 많은 국가들이 다양하고 효율적인 예방 및 치료 사업을 펼침으로써 매년 신규 HIV 감염을 크게 줄이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 왔다. 특히, UNAIDS는 HIV 감염의 진단과 치료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하여 ‘90-90-90 목표’를 설정하여 더욱 적극적인 퇴치사업을 펼쳐 왔다. ‘90-90-90 목표’란 2020년까지 HIV 감염인의 90%가 자신의 감염 사실을 알게 하고, 진단받은 감염인의 90%가 약물치료를 받게 하며, 치료받은 감염인의 90%에서 HIV 감염을 성공적으로 억제한다는 것이다[2]. 또한, 최근에 United Nations (UN) 고위급 회의에서는 ‘Fast Track 목표’를 설정하여 더욱 예방 및 치료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Fast Track 목표’란 202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매년 신규 HIV 감염을 50만 명 이하로 감소시키고, 에이즈로 인한 사망도 연간 50만 명 이하로 감소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3,4]. 실제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전 세계적으로 매년 신규 HIV 감염이 크게 줄고 있는데[1], 이에 따라 UN 고위급 회의에서는 2030년까지 지구상에서 에이즈의 유행을 종식시키겠다는 정치적 선언문을 채택하였다[3].

    그러나 이러한 세계적인 경향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전혀 예기치 않게 매년 신규 HIV 감염이 빠르게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이후 매년 신규 감염이 빠르게 증가하기 시작하여 2013년에 처음으로 1,000명을 넘어선 후 2016년에는 1,199명이 발생하여 총 누적 감염인 수가 15,108명에 이르렀다[5]. 그런데 이러한 증가의 주원인이 젊은 층에서의 급격한 증가와 관련이 있음이 밝혀지면서 사회적으로 많은 염려와 불안을 야기시키고 있다[5].

    이에 본 연구에서는 국내에서 HIV 감염의 감염 경로를 규명하고, 나아가서 젊은 층에서의 감염 경로를 밝히고자 하였으며, 이는 최근 국내에서의 HIV 감염의 급격한 증가 원인을 밝히고, 향후 그에 대한 예방 및 관리 대책을 수립함에 있어서 중요한 근거가 된다 하겠다.


    대상 및 방법

    대상

    본 연구는 2006년 12월부터 2018년 1월까지 ‘한국 HIV/AIDS 코호트’에 등록된 HIV 감염인 1,474명을 분석하였다. 분석 대상 중 남자는 1,377명, 여자는 97명이었다.

    2006년 12월에 구축된 ‘한국 HIV/AIDS 코호트’는 질병관리본부와 전국 21개 대학 및 종합병원으로 구성된 다기관 전향적 코호트 연구이다. 이 코호트는 HIV 감염인의 초기 감염으로부터 장기간의 진행 및 치료 과정, 나아가서 에이즈 발현 및 사망에 이르기까지 추적 조사를 통해서 국내 HIV 감염의 고유한 양상 및 특성을 분석하고 규명함으로써 국내에 적합한 치료, 예방 및 관리 대책을 강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한국 HIV/AIDS 코호트’에 참여하는 모든 병원은 각 병원의 Institutional Review Board (IRB) 승인을 받았으며, 연구에 참여하는 대상은 참여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는 18세 이상의 HIV 감염인으로 하였다. 모든 참여 감염인은 코호트 연구 및 그에 따른 조사 내용에 대해서 충분히 설명을 들었으며, 본인의 자발적인 참여 동의에 따라 동의서에 서명한 후 조사에 참여하였다.
     

    방법

    ‘한국 HIV/AIDS 코호트’에 참여하는 HIV 감염인은 등록 시에 주치의로부터 코호트 연구 및 진행에 대해서 충분한 설명을 들은 후 감염 경로를 포함한 역학 조사를 문진을 통해서 시행한다. 그 후 다시 독립된 공간에서 훈련된 전문 상담 간호사가 제시하는 표준화된 설문지를 통해서 보다 세부적인 역학 및 임상 조사를 실시한다. 그 후 조사를 통하여 제출된 자료를 분석하여 전체 대상 감염인 및 연령군에 따른 감염 경로를 규명하였고, 특히, 젊은 층에서는 좀 더 세부적으로 연령을 구분하여 감염 경로를 조사하고 분석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통계적 검증이 아닌 기술 통계량을 제시하는 방법을 사용하였고,성별과 연령군에 따른 감염 경로의 빈도 차 확인을 위하여 빈도와 백분율을 제시하였다. 본 연구를 위해서 분석 프로그램은 SAS Enterprise Guide 9.1 (SAS Institute Inc, Cary, NC, USA)을 사용하였다.


    결과

    2006년 12월부터 2018년 1월까지 ‘한국 HIV/AIDS 코호트’에 등록된 18세 이상의 HIV 감염인을 대상으로 조사하였다. 총 조사 대상은 1,474명이었으며, 남자는 1,377명, 여자는 97명이었다. 조사 대상의 평균 연령값은 41.4 ± 12.6세였으며, 남녀 성비는 14.2:1이었다.

    전체 대상 HIV 감염인의 감염 경로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동성 및 양성 간 성접촉이 886명(60.1%; 동성 간 성접촉 34.2%, 양성 간 성접촉 25.9%), 이성 간 성접촉이 508명(34.6%), 수혈 및 혈액제제에 의한 감염이 5명(0.3%), 마약 주사 공동사용에 의한 감염이 1명(0.0%), 모름/무응답이 74명(5.0%) 이었다(Table 1). 연령군에 따른 감염 경로를 분석해 보면 젊은 연령군으로 갈수록 동성 및 양성 간 성접촉에 의한 비율은 더욱 증가하였다. 다시 말해서, 18-29세의 젊은 연령군에 있어서 동성 및 양성 간 성접촉은 71.5% (동성 간 성접촉 50.5%, 양성 간 성접촉 21.0%)로 크게 증가하였다(Table 2). 또한, 18-29세의 연령군을 좀 더 세분화해서 보면 젊은 연령층으로 갈수록 동성 및 양성 간 성접촉에 의한 비율이 크게 증가하여 18-19세의 10대에서는 92.9% (동성 간 성접촉 71.5%, 양성 간 성접촉 21.4%)로 급격히 증가하였다(Fig. 1).

    따라서 전체 대상 HIV 감염인의 감염 경로에 있어서 동성 및 양성 간 성접촉이 가장 높은 빈도(60.1%)를 차지함을 알 수 있었으며, 이러한 경향은 연령이 젊어질수록 더욱더 증가하여 18-29세의 젊은 연령군에서 더 높은 빈도(71.5%)를 보였고, 나아가서 18-19세의 10대의 경우에는 대부분(92.9%)이 동성 및 양성 간 성접촉에 의하여 감염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고 찰

    UNAIDS를 중심으로 여러 나라의 다양하고 효율적인 에이즈 예방 및 치료 사업은 전 세계적으로 연간 신규 HIV 감염 발생을 효과적으로 감소시켜 왔다[1]. 세계적인 추세와 마찬가지로 아시아 지역도 예외는 아니어서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네팔 등 많은 나라에서도 최근에 신규 HIV 감염이 서서히 감소하고 있다[1]. 따라서 다른 나라에 비하여 국민의 높은 의식 및 교육 수준이나 우수한 의료 환경 그리고 그간의 정부와 민간단체의 지속적인 예방 및 관리 활동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에서도 당연히 신규 감염이 감소하리라 예상하였다. 그러나 전혀 예기치 않게 우리나라에서는 도리어 HIV 감염이 급격히 증가하는 양상을 보여 많은 사람의 염려와 불안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5]. 따라서 국내에서 HIV 감염이 예기치 않게 급격히 증가하는 원인을 규명키 위하여 국내에서의 HIV 감염의 감염 경로를 조사하여 분석함은 향후 에이즈 예방 및 관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근거가 되리라 생각한다.

    본 연구 결과에서는 전체 대상 감염인의 감염 경로에 있어서 동성 및 양성 간 성접촉이 60.1% (남성 감염인에 있어서는 63.5%)로 월등히 높았으며, 이성 간 성접촉이 34.6%로서 국내에서 가장 주된 감염 경로는 동성 및 양성 간 성접촉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응답하지 않거나 모른다고 답한 5.0% 중에는 동성 및 양성 간의 성접촉을 통하여 감염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밝히지 않은 감염인이 포함되어 있으리라 생각할 때 아마도 국내에서 동성 및 양성 간 성접촉에 의한 비율은 60%를 상회할 것으로 생각된다. 참고로 양성 간 성접촉이라 함은 주로 동성애자에서 일부 이성 간 성접촉도 함께하는 경우를 말한다. 본 연구 결과는 그간의 질병관리본부 발표와는 상반되는 것으로서 질병관리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국내에서 HIV 감염의 가장 주된 감염 경로는 이성간 성접촉으로서 동성 간 성접촉보다 더 빈번한 것으로 발표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질병관리본부의 연례보고에 따르면 매년 신규 감염인의 감염 경로에 있어서 동성 간 성접촉과 이성 간 성접촉의 비율이 2014년에 26.3%와 34.0%, 2015년 28.3%와 35.8%, 2016년 30.6%와 36.4%로서 국내에서 이성간 성접촉이 주된 감염 경로라고 발표하고 있다[5].

    이렇듯 본 연구 결과와 질병관리본부의 보고가 다른 것은 아마도 감염인을 대상으로 감염 경로를 포함한 역학 자료를 수집함에 있어서 조사 방법의 차이로 비롯된다 하겠다. 다시 말해서 질병관리본부는 HIV 감염인이 발생하면 관할 지역의 담당 보건소 직원이 감염인을 만나 역학 조사를 실시한다. 이 경우 감염인은 본인이 동성 간 성접촉에 의하여 감염되었다 하더라도 사회적인 편견과 차별 그리고 동성애자라는 낙인이 두려워[6,7] 자신의 성 정체성을 솔직하게 밝히지 못하고 이성 간 성접촉에 의하여 감염되었다고 답하거나, 또는 감염 경로에 대해서 모른다고 하거나 응답하지 않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생각되는데, 실제 2016년 조사에서는 무응답/모름 비율이 24.5%로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5]. 그러나 본 ‘한국 HIV/AIDS 코호트’ 연구에서는 치료를 위하여 병원을 방문한 감염인들의 경우 주치의와의 신뢰 관계 속에서 솔직하게 감염 경로를 밝히는 경우가 많고, 진찰시 동성 간의 성접촉에 따른 특징적인 임상 소견을 보이는 경우도 많다. 또한, 훈련된 전문 상담 간호사에 의해서 체계화된 역학 조사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보다 더 정확한 역학 자료를 얻을 수 있다.

    우리나라와 인접한 동아시아 국가에서도 최근에 HIV 감염의 주된 감염 경로로서 동성 간 성접촉을 보고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2000년 이후부터 신규 감염인에서 동성 간 성접촉이 주된 감염 경로로 대두되더니 2012년에 신규 남자 감염인의 74%가 동성 간 성접촉에 의하여 발생하였으며[8], 2016년에는 신규 감염인의 72.7%가 동성 간 성접촉에 의해서, 그리고 16.8%가 이성 간 성접촉에 의하여 감염되었다[9]. 대만의 경우에는 초기에는 정맥주사 약물 공동사용에 의한 감염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동성 간 성접촉에 의한 전파가 많아져 전체의 60.4%를 차지하고 있다[10]. 중국에서도 초기에는 정맥주사 약물 공동사용이나 이성 간 성접촉에 의한 감염이 우세하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동성 간 성접촉이 2006년에 2.5%에서 2014년에 25.8%로 급격히 증가하면서 최근에는 동성 간 성접촉이 정맥주사 약물 공동사용보다 더 빈번한 감염 경로로 알려지고 있으며[11], 이러한 동성 간 성접촉을 통한 감염 증가는 인구 집단 내에 HIV 전파를 확산시키는 중요한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7].

    또한 미국이나 유럽연합 국가를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도 HIV 감염 유행에 있어서 동성애자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12,13]. 미국의 경우 2010년부터 2015년까지 발생한 HIV 감염인 중에 67%가 동성애자 및 양성애자로 보고되었으며, 이성애자는 24%였다[14]. 그리고 2015년의 경우 신규 남성 감염인 중 82%가 동성애자 및 양성애자였다[15]. 유럽연합 국가의 경우 2015년에 동성 간 성접촉에 의한 감염이 42.2%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이성 간 성접촉이 32.0%였다. 특히, 서부 유럽 국가의 경우에도 43.4%가 동성 간 성접촉에 의하여 감염되었으며, 33.0%가 이성 간 성접촉에 의하여 감염되었다[12].

    그런데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나타나고 있는 HIV 감염의 급격한 증가는 젊은 층에서의 발생 증가가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질병관리본부의 자료에서 매년 신규 감염인의 연령별 분포를 보면 2006년에 20대 21.1%, 30대 29.4%, 40대 24.3%로 30대와 40대에서 주로 발생하던 것이 2012년에는 20대 30.4%, 30대 23.3%, 40대 18.7%로 처음으로 20대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였다. 그러던 것이 2014년에 20대 31.8%, 30대 21.5%, 40대 19.4%, 2015년에 20대 34.5%, 30대 22.5%, 40대 18.0% 그리고 2016년에 20대 33.9%, 30대 22.7%, 40대 18.2%를 보이면서 20대에서의 발생이 계속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5]. 지난 10년간 신규 감염인 수의 변화를 보면 20대의 경우 2007년에 130명이던 것이 2014년 344명, 2015년 351명, 2016년 360명으로 2.8배 증가하였으며, 10대의 경우에도 2007년에 17명이던 것이 2013년 53명, 2015년 42명, 2016년 36명으로 2-3배 증가하였다. 따라서 매년 10대와 20대 합쳐서 400명 가까이 발생하고 있다[5].

    본 연구 결과에서도 18-29세 젊은 층에서의 전파 경로를 보면 동성 및 양성 간 성접촉으로 인한 감염이 71.5%, 이성 간 성접촉으로 인한 감염이 25.1%로서 동성 및 양성 간 성접촉으로 인한 감염이 월등히 많았으며, 이는 전체 대상자에서 동성 및 양성 간 성접촉이 차지하는 비율 60.1%에 비해서 크게 높았다. 특히, 젊은 층에서 연령을 세분화해서 보았을 때 20-24세에서는 동성 및 양성 간 성접촉에 의한 감염이 75.0%로 증가하더니 18-19세의 10대에서는 놀랍게도 92.9%로 급격히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World Health Organization (WHO) 보고에 따르면 2013년에 전 세계적으로 15-24세 젊은 층이 신규 감염의 35%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그들 중 대부분은 동성 간 성접촉을 하는 젊은 남성으로 사료되고 있다[16]. 일본에서도 2000년 이후부터 젊은 층에서의 감염이 증가하였는데, 젊은 층으로 갈수록 동성 간 성접촉에 의한 감염이 많아지면서 동성 간 성접촉이 주된 감염 경로로 대두되었다. 특히, 2016년에는 신규 감염인 중 15-29세가 전체의 33.4%를 차지하였고, 이들 중 78%가 동성 간 성접촉에 의해서 감염되었다[9]. 대만에서도 젊은 층에서의 HIV 감염이 가장 우려스러운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 10-29세가 전체 감염인의 47.8%를 차지하고 있다[10]. 미국에서도 최근에 25-29세군에서 HIV 감염이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계속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15년까지 발생한 감염인 중 13-29세가 41.4%를 차지하였으며, 그중 남성 감염인의 90.3%가 동성애자 및 양성애자인 것으로 보고되었다[14]. 유럽연합 국가에서도 감염인 중 20대가 가장 많았으며, 젊은 층에서 동성 간 성접촉을 통한 감염이 증가하고 있다[12].

    전 세계적으로 동성애자들 사이에서 HIV 감염 증가는 사회적인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으며, 특히, 젊은 동성애자에서 HIV 감염 증가는 더욱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미국을 위시한 북미에서 동성애자 중 15.4%가 HIV에 감염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13], 특히, 미국의 경우 25-34세 동성애자와 양성애자의 경우 2010-2014년 기간 동안 HIV 감염이 23% 증가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15]. 미국에 인접한 카리브해 연안 국가에서는 동성애자 중 25.4%가 감염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13]. 유럽 연합 국가의 경우 독일에서는 동성애자 중 6%, 스페인은 11.3%, 영국은 2.5%가 감염된 것으로 보고되었으며[1], 서부 및 중부 유럽 전체로는 6.1%가 감염되어 있다[13]. 러시아의 경우 2010년에 젊은 동성애자에서 HIV 감염률은 10.8%였으며[16], 오세아니아 지역은 동성애자 중 4.4%가 감염되어 있다[13]. 우리나라와 인접한 일본의 경우에는 동성애자의 4.8%가 감염된 것으로 보고되었으며[1], 대만의 경우는 8.1-10.7% [7], 중국의 경우에는 최근에 급격히 증가하면서 적게는 6.3% [7]에서 많게는 7.8% [1,11]로 보고되고 있다. 특히, 중국의 경우에는 18-25세의 젊은 동성애자에서 HIV 감염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17], 2006-2012년 기간 동안 젊은 동성애자에서 HIV 감염률은 3.0-6.4%로 추정하고 있다[18]. 그리고 남부 및 동남아시아에서는 동성애자의 14.7%가, 그리고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는 17.9%가 감염된 것으로 보고되었다[13].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동성애자에 있어서 HIV 감염률은 2.7-6.5%로서 일반인에 비하여 크게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7].

    이렇듯 세계적인 경향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도 동성애자에서 동성 간 성접촉에 의한 HIV 전파가 문제가 되고 있으며, 특히, 젊은 층에서 동성 간 성접촉에 의한 감염의 급격한 증가는 사회적으로 심각한 우려를 야기시키고 있다. 일반적으로 감염인과 이성 간 성접촉을 1회 할 경우 HIV에 감염될 확률은 0.04-0.08%인 반면, 동성 간 항문을 통한 성접촉을 1회 할 때 감염될 확률은 1.38%로서 이성 간 성접촉에 비하여 17.3-34.5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19]. 그런데 HIV 감염 확률이 높은 동성 간 성접촉을 평생 한 번이라도 경험하는 비율이 일부 개발도상국에서는 3-20%인데[16], 우리나라는 그보다는 낮지만 0.3-1.1% [20]로 보고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일부 가출 청소년들이 용돈을 벌기 위하여 성매매를 하고 있는데 주로 성인들과 동성 간 성접촉을 하고 있으며, 일부 청소년들은 성폭행을 통해서 동성 간 성접촉을 경험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고에 따르면 젊은 동성애자는 나이든 동성애자에 비하여 HIV에 감염될 위험성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16]. 다시 말해서 젊은 동성애자들은 콘돔을 사용하지 않고 항문 성교를 하는 경우가 더 빈번하며, 호기심에 마약을 하거나 과음 상태에서 성행위를 하고, 나아가서 성매매, 성폭력, 성적 착취에 취약하며, 특히, 가족의 보호가 없다면 더욱 그러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또한, 젊은 동성애자들은 나이든 동성애자에 비하여 사회적인 편견이나 차별에 더욱 민감하여 그로부터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 또한 감염의 위험성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6].

    본 코호트 연구를 통해서 국내 HIV 감염의 가장 주된 감염 경로는 동성 및 양성 간 성접촉이며, 이러한 경향은 연령층이 젊어질수록 더욱 뚜렷이 나타나서, 10대의 경우에는 대부분이 동성 및 양성 간 성접촉에 의하여 감염됨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이러한 코호트 연구 결과가 전체 감염인을 대변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본 코호트는 국내 감염인의 약 10%를 포함하는 큰 규모의 코호트로서 외국의 예[21,22]에서는 보기 드문 규모라 생각된다. 따라서 본 연구의 결과는 향후 우리나라에서 HIV 감염의 예방 및 관리 대책을 수립함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근거가 된다 하겠다. 우리나라도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동성애자가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여겨지는데, 이러한 위험 집단에서의 HIV 감염을 줄이기 위한 보건 당국의 보다 적극적인 관리와 대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하겠다. 또한, 청소년기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빠르게 발달하는 시기로서 아직 자신의 성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시기이다. 따라서 성에 대한 올바른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그를 통해서 HIV 감염의 위험성을 알리고, 그에 따른 효과적인 예방법을 가르쳐야 하겠다


    ▶논문출처
    대한내과학회지: 제 93 권 제 4 호 2018 (https://doi.org/10.3904/kjm.2018.93.4.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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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필자는 경기도에 거주하시는 학부모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학부모께서는 자신의 자녀가 어린이집에서 동성애를 배웠다고 말했는데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두 번째라고 했다. 거주지를 옮기기 전에도 어린이집에서 동성끼리도 만나고 사랑할 수 있다고 배워서 무척 난감했는데 이사 온 지역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의견을 묻는 전화였다.


    언젠가부터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도 성교육강사를 초빙하여 동물이 나오는 동화를 들려주면서 남자 물고기가 알을 낳듯이 사람도 남자와 여자의 역할이 달라질 수 있다는 교묘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보육교사들이 아이들을 지도할 때 이용하는 사이트에도 이런 동화가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필자에게 전화를 주신 학부모는 두 번 모두 아이들을 직접 지도하는 교사가 동성애 옹호 교육을 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좀 이상한 교사라고 생각했고 어린이집에 항의 전화를 하면 우리 자녀가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 참다가 이사를 했는데 같은 일이 반복되자 심각성을 깨닫고 전화를 하신 것이다. 필자는 원장에게 직접 전화를 해야 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헌법에 어긋나는 교육을 시키지 못하도록 말해야 한다고 당부하였다.


    문제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성교육 담당교사를 지정한다는 교육부·보건복지부·여성가족부의 발표이다. 2020년 8월26일 영유아 성행동 문제 수준을 3단계로 구분하고 관련기관의 대응체계를 담은 ‘영유아 성행동 문제 대책’을 발표하였는데 이는 지난해 성남시 소재 어린이집 아동 간의 성 관련 사고로 인한 국민청원의 후속조치로 이뤄진 것이다. 영유아의 성행동 문제를 위한 대응체계는 반드시 필요하나 올바른 성윤리와 가치관이 검증되지 않은 교사들이 ‘성교육 담당교사’로 지정되고 성평등을 교육하는 기관에서 연수를 받는다면 그 파장은 심히 우려된다. 정부는 오는 10월까지 지자체, 육아종합지원센터 및 교육청 담당자와 어린이집·유치원 성교육 담당교사 연수를 실시하고 성인지 교재를 제작해서 배포할 예정이라고 발표하였다. 



    2016년 교육부와 서울특별시교육청이 제작 배포한 유치원 성교육 프로그램에서도 유아 성교육 방법을 소개하는 내용에서 ‘Greenberg, Bruess & Sara(2013)는 오늘날 우리 사회의 성윤리와 성문화는 성기 중심의 성관념과 가부장적인 이데올로기를 기반으로 한 이중적 성윤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하며 이를 극복하고 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바탕으로 한 전인교육으로서의 성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였다.’고 소개한다. 교사들이 지침서로 읽는 유치원 성교육 프로그램에서 가부장적인 이데올로기를 언급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얼마 전 여가부에서 배포한 나다움 책에 대한 논란이 있자 많은 기사들이 실리면서 전문가들이 인터뷰를 하였다. 그러나 성교육 강사라는 분들 역시 논란이 되는 책의 내용이 남성 중심적 시선이 있었다하고 출산 후유증을 다루어야 하며 성관계는 서로 동의가 필요한 일이라는 점을 더 분명히 밝혀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유네스코가 2018년 발표한 ‘국제 성교육 지침(CSE)’은 9-12세에게 ‘성기가 질속에 사정하는 성관계의 결과로 임신을 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등을 가르치는 것을 학습 목표로 한다면서 이런 학습이 성적 행동에 더 책임감 있는 태도를 갖게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어른들의 시선이 아닌 아이들의 의견이 반영된 성교육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데 과연 아이들의 의견이 무엇일까? 바나나를 이용하더라도 콘돔착용 실습을 원한다면 성교육 시간 강사는 이런 교육을 하면서 학생들의 만족도를 높여주어야 하는 것일까?



    <아웃박스 홈페이지 자료 화면> 



    교사들로 구성된 초등젠더교육연구회 아웃박스는 성평등교육을 하는 대표적인 기관이다. 아웃박스는 고양시 내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들의 연구 모임이으로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라는 책의 독서 모임에서 시작했다. 이후 아웃박스는 성불평등 문제를 교육으로 풀어보기 위해 노력하는 모임으로 발전했다. 그런데 이 곳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성교육 내용은 웹툰 속 성고정관념을 알아보는 교육 내용에 성고정관념을 재생산할 수 있음을 알고 비판적으로 웹툰을 봐야한다면서 “남자는, 여자는” 과 같은 말을 사용하면 안 된다고 하고 의상에 대한 성고정관념을 깨야 한다고 가르친다. 우리 사회에서 남자와 여자라는 단어를 아이들에게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교육의 시작인 것이다.


    아이들에게 지나치게 노출이 심한 웹툰이나 폭력적인 웹툰을 비판하도록 가르치기보다 의상에 대한 성고정관념이나 외모에 대한 성고정관념을 비판하도록 하면서 교사 참고 자료에 [간 떨어지는 동거], [후궁계약], [화장 지워주는 남자] 등의 웹툰을 소개하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다양한 가족의 모습’이라는 주제의 교육에서 아빠, 엄마, 자녀들의 그림을 보여주면서 “이것만 가족일까?” 라고 한다. 가족을 검색하면 나오는 사진들을 소개하며 부모와 자녀들, 또는 부부를 중심으로 한 친족관계의 사진이나 그림들을 보여주며 “이런 모습만 가족일까요?” 라고 학생들에게 질문한다. 교육 내용 중에는 남자끼리, 여자끼리 있는 사진을 보여주면서 동성 간에도 가족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이 교육은 초등학교 3-4학년 대상의 내용이며 학생들의 후기에는 “수업 후 미국에선 남자끼리, 여자끼리 결혼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엄마나 아빠가 없어도 불쌍한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는 글이 있다. 또 다른 교육 후 느낀 점과 알게 된 점에는 “나는 성차별이 우리 사회에서 제일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이 가족들의 고정관념도 하나의 큰 문제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이런 사회를 보면서 항상 나 자신에게 어른들이 무심하게 만들어 놓은 세상에 휘말리지 말자. 내가 크면 이런 고정관념을 없앨 것이다.”라고 써 있었다.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너무잘못된 젠더이데올로기를 주입하고 있는 것이다.


    2016년 12월 6학년을 마쳐가는 학생들에게 [82년생 김지영] 책으로 독서교육을 했다는 글에는 학생들에게는 기억에 남는 문장을 적도록 하고 학부모에게는 자신의 경험을 적어보는 활동지를 배포하였다. 놀라운 것은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책을 읽고 기억에 남는 문장 top3를 적어보는 활동지에 다음과 같은 글을 적었다.


    -  아이를 낳는다는 이유로 관심사와 재능까지 제한받는 기분이었다.

    -  내가 결혼을 할지 안 할지, 애를 낳을지 안 낳을지도 모르는데 아니 그 전에 죽을지도 모르는데 

        왜 일어날지 안 일어날지 모르는 미래의 일에 대비하느라 지금 하고 싶은 걸 참아야 돼?

    -  여성에 대해서도 저렇게 막말을 하는구나 나는 씹다 버린 껌이구나


    또 다른 활동지에는 다음과 같은 글들이 있었다.


    -  사람들이 나보고 맘충이래

    -  법이나 제도가 가치관을 바꾸는 것일까. 가치관이 법과 제도를 견인하는 것일까?

    -  김지영이 ‘여성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라고 적었다.


    이런 교육을 하고 있는 기관이 여성가족부 장관상인 ‘2020 양성평등진흥 유공표창’을 받고 지나치게 조기성애화를 시킨다는 문제로 학부모들의 노여움을 산 나다움 책으로 성교육을 하고 있었다.



    교육은 선점이다!

    옳고 그름을 분별하기엔 아직 미숙한 우리 자녀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성평등 교육의 실체를 알지 못한 채 하나님께서 구별하여 지으신 남자와 여자를 ‘나답게’라는 말로 포장하여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사는 것이 멋진 것으로 알아가고 있다. 더 이상 우리는 자녀의 교육을 방관하지 말고 가정에서 먼저 교육을 하여 세상에서 내놓은 기준이 아닌 하나님의 말씀을 기준으로 가르쳐야 한다.틀린 것을 말하는 것이 혐오와 차별이 아닌 진리라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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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경화 소장
    다음세대교육연구소 소장, 카도쉬아카데미 공동대표, 성교육 경력10년, CTS 다음세대 크리스찬 성교육클럽(다크성클) 출연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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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논고에서는 젠더 이데올로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후기구조주의 이론을 살펴보았고 이번 마지막 논고에서는 프랑스 68혁명을 계기로 후기구조주의와 비슷한 시기에 시작된 페미니즘을 간략히 다루면서 페미니즘과 후기구조주의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는 젠더 이론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68혁명과 페미니즘 

    68혁명과 함께 네오맑시즘의 영향을 받아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또 다른 이론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페미니즘이다. 이 시기의 페미니즘은 프랑스 68혁명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활성화되었으며 사회 전반에 걸쳐 여성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68년 5월 프랑스 파리 근교의 낭테르 대학에서 일어난 학생징계 사건을 계기로 소르본느 대학생을 중심으로 일어난 학생시위는 기존의 위계질서와 구시대적인 체제와 권위에 대항하는 혁명적 성격을 띠며 유럽과 미국 전역으로 퍼지기 시작하였다. “금지하는 것을 금지하라”는 68혁명의 흐름에 합류하여 사회적 약자에 속했던 여성들은 남성 지배의 사회구조 속에서의 여성의 억압과 소외에 대해 반발하기 시작했고 이런 급진적인 여성 활동가들의 투쟁은 당시 억압적인 삶을 살던 여성들에게 돌파구를 던져주었으며 사회 속에서 여성들의 불평등이라는 공통적인 문제의식은 집합적인 성격을 띠며 빠르게 확산되었다.


    페미니즘은 통상적으로 제1물결(1840년대~1920년대), 2물결(1960년대~1990), 그리고 제3물결(1990~현재)로 구분한다

     1물결 페미니즘 시기의 여성 운동은 남성과 동등한 법적정치적사회적 권리의 획득을 주된 목표로 삼았다수많은 여성들이 흘린 피와 땀의 결과로 사회 다양한 부분에서 법적으로 동등한 권리를 얻게 되었으며 20세기 초반에 비로소 참정권을 획득하는 성공을 거두며 막을 내린다

    그러다가 68혁명을 기점으로 새로운 형태의 페미니즘이 등장하는데 이를 우리는 2물결” 페미니즘이라 칭한다1물결 페미니즘이 여성의 남성과의 “법적 동등성을 주장했다면 제2물결에서는 여성의 여성성을 부각시킴으로써 남녀의 “생물학적인 차이를 주목하였다.

     

    이 시기의 페미니스트들은 남성 지배적 사회 속에서의 여성의 성차별과 불평등을 지적하며 가부장적인 사회구조에 대한 배타적인 입장에서 출발하여 남성을 여성과 대립되는 존재로서 인식했다. 이들은 여성이 억압받는 이유는 남성 중심적인 사회 구조에서 근본적인 원인과 문제에 있다고 보았다. 이들은 남녀의 지배관계는 생물학적인 “차이”에서 시작되었고 그 차이는 남성이 여성을 지배하는 사회구조를 만들어 냈으며 결과적으로 여성을 억압하고 사회적으로 소외시켰다고 주장했으며 그 사회구조에서부터의 해방, 더 나아가 그 뿌리의 해체를 부르짖었다. 이들이 주장하는 가부장제는 하나의 이데올로기로 자리매김을 했고 50년이 지난 현재에도 페미니스트들도 이 가부장제를 바탕으로 그들의 논지를 펼치고 있다.
     

    가부장적 이데올로기 정립의 뿌리 역할을 한 여성이 있는데 다름 아닌 페미니스트들의 대모격인 시몬느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voire)이다​1). 보부아르는 그녀의 저서 『제 2의 성』(The Second Sex)(1949)에서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One is not born, but rather becomes a woman)는 유명한 명제를 남겼다​2). 그녀에 의하면 여성이 여성스러운 이유는 여성스럽게 태어나서가 아니라 남성 중심적 사회가 여성을 지배하고 억압한 결과로서 후천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그녀의 주장은 당시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의 가부장제의 기틀을 마련해 주었다. “여성은 만들어지는 것이다”에 내포되어 있는 또 다른 의미는 생물학적인 성(sex)과 사회적인 성(gender)의 구분 가능성이며 이는 후대 젠더 이데올로기의 근간을 마련해 주었다.
     

    이 주장을 바탕으로 68혁명의 영향과 함께 많은 급진적 페미니스트 이론가들이 등장하는데 그 중 대표적인 인물이 케이트 밀렛(Kate Millet)이다. 제2물결의 시작을 알렸던 『성의 정치학』(Sexual Politics)에서 그녀는 여성억압의 뿌리는 가부장제의 성 및 성별 체계에 깊이 박혀있다고 주장하며 가부장제 개념을 확고히 다졌다. 다시 말해 생물학적인 성을 기반으로 하는 남성-여성 관계는 권력과 지배의 관계로 이해해야 한다며 사적인 영역이었던 성을 정치적 영역으로 공론화 시켰다. 그녀는 궁극적으로 가부장제에 의한 남성 지배를 타파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그에 대한 방안으로 여성의 성적 자유와 해방을 외쳤고 자신의 이론을 레즈비언적 삶으로 증명해 보였다. 당시 또 다른 대표적 급진 페미니스트로 『성의 변증법』(The Dialectic of Sex)의 저자 슐라미스 파이어스톤(Shulamith Firestone)을 들 수 있는데 그녀는 가부장제의 원인을 여성의 결혼, 더 나아가 여성의 “임신과 임신을 담당하는 역할”(childbearing and childbearing roles)에서 찾았으며 여성이 억압된 사회에서 진정한 자유를 찾기 위해서는 임신과 출산의 압제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그에 대한 대안으로 인공자궁 기술을 도입한 “인공 생식”(artificial reproduction)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그녀 역시 결혼을 거부하고 레즈비언의 삶을 살면서 자신의 이론을 실천화했다.
     

    이러한 급진적 페미니스트들을 주축으로 70년대에 활발하던 페미니즘 운동은 80년대에 들어와서 백인 중산층 여성들의 전유물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유색인종 및 소수민족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함으로써 페미니즘 내에서 다양한 분파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a woman”(단수)으로서 통합되고 단결되었던 페미니즘 운동은 80년대에 들어서 인종, 계층, 성적 지향, 문화 등의 요인으로 여성들 간의 차이를 인지하면서 여성으로서 통일된 하나의 정체성이 아닌 “women”(복수)의 페미니즘으로 다원화되었다. 이로 인해 여성들끼리 단결하여 가부장적 사회 속에 모든 여성을 가두어버린 남성에 대항해 하나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서 제2물결 페미니즘 초기의 정신은 와해되기 시작했다.

    주디스 버틀러와 젠더 이데올로기

    그러는 가운데 90년대에 들어서 본격적으로 생물학적인 성(sex)이 아닌 사회적인 성(gender)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생물학적인 성을 기반으로 남녀의 불평들을 외치던 래디컬 페미니즘은 하향세를 타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축에는 주디스 버틀러(Judith Butler)가 있다. 1990년 버틀러는 『젠더 트러블: 페미니즘과 정체성의 전복』(Gender Trouble: Feminism and the Subversion of Identity)에서 “여성”과 “남성”의 대립을 가능하게 하는 경계의 해체를 주장함으로써 더 이상 “여성” 중심의 논제를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언어학자, 후기구조주의자, 페미니스트, 레즈비언으로서 60년대 이후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후기구조주의의 영향을 많이 받았으며 후기구조주의 언어 이론을 “성”이라는 개념에 적용시켜 이론을 실제화 시킨 인물이다.
     

    후기구조주의의 이해를 바탕으로 한 버틀러의 『젠더 트러블』의 내용은 다음과 같이 두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첫 번째, 생물학적인 성(sex)과 사회적인 성(gender)은 분리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며 젠더가 섹스를 결정한다(Gender comes before sex)는 것이다. 섹스는 젠더에 앞서 존재하는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며 사회적인 관습과 기대에 의해 후천적, 사회적인 요인에 의해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젠더라는 정체성이 자연화 된 개념이다​3). 다시 말해, 그녀는 섹스나 젠더 둘 다 철저히 문화적인 개념이라는 것이다. 한편, 그녀의 두 번째 주요 논지는 젠더는 수행적이라는 것이다(“Gender proves to be performative”)​4). 젠더는 사회 속에서 반복적인 수행을 통해 구성되는 결과이며 선험적인 정체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수행적인 행위에 집중함으로써 수행을 가능케 하는 행위자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는 다시 말해서 생물학적인 몸은 어떠한 행위를 하게 하는 통로일 뿐 행위를 일으키는 요인이 될 수 없다. 이러한 버틀러의 주장은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는 생물학적인 차이를 무의미하게 만들며 전통 규범에서 벗어나는 모든 성행위를 가능케 하는 이론적 토대를 마련했다. 생물학적인 성에 기초한 모든 구별을 근절시키고자 했던 그녀는 “여성”이라는 범주를 넘어 소수자의 섹슈얼리티 문제로 확장시켰으며 이로 인해 그녀는 퀴어 이론의 창시자로 불리게 되었다. 버틀러가 구축한 젠더 이론은 큰 파장을 일으키며 현대 사회를 지배하는 젠더 이데올로기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교육에 깊이 침투한 젠더 이데올로기

    이 젠더 이데올로기는 이미 우리 사회에 깊이 스며들어와 있으며 우리가 믿고 있던 공교육의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성교육의 행태를 보면 젠더 이데올로기가 얼마나 교실 안까지 깊숙이 침투해 들어와 있는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교실 안에서뿐만 아니라 이미 TV, 인터넷, 각종 미디어 등 사회 모든 부분에 젠더 이데올로기가 스며들어있다. EBS의 어린이 교양예능 프로그램 중 하나인 “자이언트 펭TV”의 펭수를 예로 들어보자. 펭수는 유투브에서 구독자 200만명 이상을 보유할 정도로 엄청난 인기몰이 중인데 펭수의 성별이 애매하다. “남자도 여자도 아닌” 성 중립적인(gender neutral) 펭귄으로 그려진다. 이와 관련해 펭수를 제작하는 이슬예나 PD는 2019년 12월 19일자 「여성신문」에서 펭수의 제작 목적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남녀 구분의) 자연스러움을 깨고 싶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펭수가 다양한 현장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콘텐츠의 핵심인데 여기에서 ‘펭수가 여성이냐 남성이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저희 제작진들도 콘텐츠를 제작할 때 성인지 감수성을 공유하며 기획을 하기 때문에 틀에 박힌 고정관념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마치 여성과 남성을 구분하는 행위는 틀에 박힌 고정관념에서 나오는 결과로서 시대에 매우 뒤떨어진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이 생각을 기반으로 의도적으로 성의 구분을 해체하려는 시도가 펭수라는 캐릭터에 심겨져 있다. 이러한 의도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 공교육의 미디어를 대표하는 EBS를 통해서 우리 어린이들에게 필터링이 없이 그대로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아직 인간의 기본 가치인 도덕과 윤리의식이 바르게 서 있지 않은 아이들에게 잘못된 성 개념을 지속적으로 심겨주고 있는 것이다. 불과 70여년 전에 우리 인류를 유지시켜온 전통적인 가치를 해체하려는 몇몇의 급진적, 혹은 극단적인 사고를 가진 지식인들과 활동가들에 의해 만들어진 실체 없는 이념이 어린 아이들을 어떻게 세뇌시키며 사회 전반에 어떤 혼란을 가져오는지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다음 세대를 위한 교육의 방향 제시

    이러한 무분별하고 비윤리적인 성교육을 우리는 그냥 지켜보고 있을 수 없다. 불완전한 인간의 얄팍한 사고에서 나온 실체 없는 이념과 이데올로기가 사회에 얼마나 큰 혼란과 갈등을 가져왔는지 우리는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다. 마르크스 이론을 바탕으로 사회계급의 불평등을 외치며 계급의 해방을 실행에 옮겼던 공산주의자들이 20세기 초반부터 소련, 중국, 북한, 일부 동남아시아(베트남, 캄보디아 등)와 동유럽권의 나라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죽음을 초래했는가. 그 마르크스의 이론의 변종인 젠더 이론은 성별 갈등과 불평등의 해결책으로서 오늘날 성별 구분의 와해를 가져오기에까지 이르렀다. 이미 성정체성을 해체하고 이를 법제화한 서구 유럽 나라에서 성에 대한 도덕과 윤리는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이렇게 되면 사회는 자유만 외칠 뿐, 그 누구도 그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게 될 것이며 그 결과 무질서, 방종과 타락만 남을 뿐이다.
     

    이럴 때 일수록 우리는 더욱 기본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이 사회와 국가, 더 나아가 인류를 지속적으로 유지해 온 기본 가치들을 현장에서 확실히 교육해야 한다. 현재 이 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젠더 이론과 젠더 이데올로기를 바탕으로 한 교육은 교육이 아니라 이념 주입일 뿐이다. 몇몇의 극단적인 사상가들과 학자들에 의한 실체 없는 주장으로 인류의 보편가치를 거스를 수 없는 것이다. 사회 질서를 유지시키던 기존의 가치까지 훼손시키는 교육은 교육이라고 볼 수 없다. 올바른 성교육은 남성과 여성에 대한 올바른 성의 개념과 함께 책임과 자기절제, 도덕적 가치와 윤리적 자제심 등을 함께 가르쳐야 할 것이다. 또한 사회와 국가, 더 나아가 인류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인 가족의 중요성을 명확히 가르쳐야 한다. 가정이란 젠더 이념에 사로잡힌 이들이 말하는 성적 다양성을 기반으로 하는 임의적인 조합이 아닌 염색체와 호르몬이 명확히 다른 남성과 여성의 화합을 기반으로 하여 자연의 순리에 따른 임신과 출산으로 구성되는 공동체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사회는 존속해 왔고 이 기본 질서를 기반으로 사회의 질서가 만들어졌으며 수 천년 간 인류가 지탱해왔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실상은 없는 허구일 뿐인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이념 주입이 아닌, 이 사회를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지탱해 온 지혜와 보편 타당한 질서를 가르쳐야 한다. 이것이 바로 올바른 성교육이며 사회를 건강하게 존속시켜 줄 수 있는 길이다.
     


    현숙경 교수
    Texas A&M 영문학 석,박사 졸업. 침례신학대학원 실용영어학과 교수/ 학과장. 바른인권여성연합 연구소 세움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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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시몬느 드 보부아르는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의 연인으로 모성, 가족을 거부했고 성적 해방을 주장하며 피임과 낙태를 옹호하였다. 여성도 남성과 동등하게 직장을 가질 것을 촉구하며 남성과의 권력 투쟁의 필연성을 주장했는데 그녀의 정신을 후대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이 그대로 수용하여 발전시켰다.

    2) Simone de Beauvoir, The Second Sex, trans. and ed. H. M. Parshley (New York: Vintage Books, 1974), 301.

    3) Judith Butler, Gender Trouble: Feminism and the Subversion of Identity, (New York: Routledge, 1990), p. 34.

    4) Ibid,, p.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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