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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젠더 기획특집 ]
욕야카르타 원칙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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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야카르타 원칙은 젠더 퀴어를 위한 법적 근거인가?  

"욕야카르타 원칙은 2006.11.6.-9.까지 인도네시아 욕야카르타에서 국제NGO와 국제인권법 관련 연구자들이 모여
성적 지향과 젠더 정체성 관련 이슈에 대하여 정리한 국제인권법 적용의 원칙을 말한다."


한국에서 동성애자 모임이 최초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1993년으로 알려져 있다그 이후 한국에서 동성애자를 비롯한 젠더 퀴어(gender queer)의 존재는 다양한 형태로 부각되었다학계법조계운동가 그룹 등에서 동성애를 비롯한 성적 지향(sexual orientation), 젠더 정체성(gender identity), 간성(intersex) 등을 포함하여 젠더 퀴어에 관하여 치열한 논의가 이뤄졌다젠더 퀴어를 둘러싼 주요 법적 쟁점으로는 동성간 성행위의 비범죄화차별금지법 제정재화·서비스 및 시설 이용의 평등권동성결합의 제도화종교의 자유 및 표현의 자유와의 충돌 등이 대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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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동성간 성행위 비범죄화의 주요 대상은 군형법 제92조의6의 적용대상이 되는 동성 군인간 성행위이다여기서 핵심 쟁점은 사적인 공간에서 당사자의 합의에 의한 동성애가 허용되느냐 여부이다동성 군인간 성행위의 위헌성과 관련하여일찍이 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이 세 차례(2002, 2011, 2016)나 이뤄졌고현재에도 다시 심리의 대상이 되고 있다​1). 2018.2.22. 서울북부지원은 동성 군인 간 합의하에 이뤄진 성관계에 대해 군형법 제92조의6을 적용한 사건에서 이례적으로 이를 무죄로 선고했다​2).


성적 지향과 젠더 정체성을 명시한 차별금지법 제정 여부를 둘러싸고 역시 많은 논의가 이뤄졌다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도 성적 지향 및 젠더 정체성을 차별금지사유로 하는 각종 조례의 제정 및 개정 시도가 수차례 이뤄졌다.

 

젠더 퀴어들로 하여금 서비스와 시설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추진되면서 이에 대한 찬반논의가 생겨났다예컨대 2017.5.12. 서울특별시인권위원회는 서울시립 시설 이용에 있어 젠더 퀴어에 대한 차별 및 인권침해 방지를 권고한 바 있다​3).


세계 여러 나라에서 동성결혼의 허용 또는 동성커플의 법제화가 잇따르자한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움직임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이와 관련하여 개인의 혼인의 자유와 혼인제도의 헌법적 의미 등이 논점으로 제기되었다.

 

이외에도 신학교에서 동성애를 지지하는 행위를 둘러싸고 그 허용 여부가 쟁점이 된 바 있다. 2018.5.17. 국제성소수자 혐오반대의 날을 맞아 장로회신학대학교 학생들이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하는 의미로서 무지개색 옷을 입고 채플에 참여하고채플이 끝난 후에 무지개 깃발을 들고 기념촬영한 일이 발생하였다이러한 행위를 행한 재학생들에 대하여 학교측은 2018.7. 정학근신사회봉사교수 면담반성문 제출 등의 징계처분을 취하였다연이어 이러한 징계처분의 무효를 다투는 소송절차가 진행되기에 이르렀다.


젠더 퀴어들의 활동과 표현의 자유가 충돌하는 대표적인 영역이 혐오표현 문제이다퀴어행사에 대하여 반대집회를 개최하는 경우가 빈발하면서 혐오표현을 규제하는 법률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이와 관련하여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2018.11. 성별인종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하는 "혐오표현·대응 가이드라인 마련 실태조사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위와 같은 젠더 퀴어의 권리주장과 관련하여 그 법적 근거로서 욕야카르타 원칙(Yogyakarta Principles)이 원용되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욕야카르타 원칙은 2006.11.6.-9.까지 인도네시아 욕야카르타에서 국제NGO와 국제인권법 관련 연구자들이 모여 성적 지향과 젠더 정체성 관련 이슈에 대하여 정리한 국제인권법 적용의 원칙을 말한다. 10년이 지난 2017년에는 그 개정·보완판에 해당하는 욕야카르타 원칙 플러스 10(Yogyakarta Principles plus 10)이 제정되었다.


욕야카르타 원칙은 제정 직후 한국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시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4). 욕야카르타 원칙이 발표된 후, UN 인권이사회는 관련 내용을 참고하여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권고안을 회원국들에게 보냈다당시 노무현 정부는 자신의 공약대로 차별금지법 제정 관련 논의를 진행하였는데이에 따라 법무부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안을 만들어 국회에 발의하기에 이르렀다(2007.12.). 그 이후에도 진보를 주창하는 여러 국회의원들에 의하여 젠더 퀴어를 위한 차별금지법안이 발의되곤 하였다.

 

그 뿐 아니라 욕야카르타 원칙은 인권위를 통하여 그 결정의 근거로 원용되곤 하였다인권위가 차별시정 권고결정을 내리면서 그 결정문 별지에 관련 규정으로 욕야카르타 원칙을 제시한 것이다최근 대표적인 예로, 2019.3.20.에 결정한 성전환 수용자에 대한 차별 및 인권침해에 관한 진정사건(17진정0726700)을 들 수 있다위 결정문 10면 각주 2)는 욕야카르타 원칙을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에 관하여 공신력 있는 국제인권기준으로 인정되는 원칙으로” 소개하고 있으며, “유엔인권최고대표의 보고서에 인용되고 우리나라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문에 인용되며 몇몇 국가의 법원 판결문에도 등장하는 등 구체적인 사안과 관련하여 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 인권 보장을 위한 국제적인 기준으로 인정되면서 그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고 단정하고 있다이처럼 인권위는 차별시정의 법적 근거로서 욕야카르타 원칙을 의도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과연 욕야카르타 원칙이 우리에게 구속력이 있는 법원(法源)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본 논문의 문제의식이다국제기구에서 자주 언급된 욕야카르타 원칙이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는 헌법 제6조 1항에 따라 대한민국의 법체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으로 잘못 인식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욕야카르타 원칙의 등장과 그 배경

욕야카르타 원칙의 정식 명칭은 성적 지향과 젠더 정체성 관련 국제인권법 적용의 욕야카르타 원칙(Yogyakarta Principles on the Application of International Law in Relation to Issues of Sexual Orientation and Gender Identity)이다이 원칙은 2007년 3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공식 발표되었다.

 

이 원칙은 젠더 퀴어와 관련한 국제인권법의 적용 기준을 총 29개의 원칙으로 나열한 것으로서현행 국제인권법에 따라 젠더 퀴어가 어떤 권리를 가지며이에 대하여 국가는 어떤 의무를 부담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려는 의도로 제정되었다그래서 욕야카르타 원칙은 세계인권선언문을 비롯하여 유엔의 각종 규약에 나타난 국가 의무들을 젠더 퀴어의 권리보장에 초점을 맞춰 재정리한 것이라 할 수 있다즉 각종 선언문과 규약에 규정된 모든 사람’, ‘인권’ 등의 개념을 젠더 퀴어의 인권 중심으로 달리 해석하여 재구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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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욕야카르타 원칙을 적극 활용할 목적으로 욕야카르타 원칙에 대한 활동가 가이드(An Activists’ Guide to the Yogyakarta Principles, 이하 가이드”)를 2010년 8월에 발간하였다이 가이드는 욕야카르타 원칙을 더 효과적으로 소개하고 활용하도록 하기 위한 도구로서각 지역의 적용사례를 수집하여 이를 널리 홍보하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이 취지에 맞게 가이드는 제1부 개관 및 법적 기준에 관한 배경2부 욕야카르타 원칙 자세히 보기3부 욕야카르타 원칙의 활용 사례4부 욕야카르타 원칙을 적용하기」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욕야카르타 원칙 10주년을 맞아 이를 보완한 욕야카르타 원칙 플러스 10(이하 플러스 10”)이 2017.11.10.에 채택되었다플러스 10은 성적 지향과 젠더 정체성 외에 젠더 표현(gender expression)과 성징(性徵, sex characteristics)을 포함하여 이들에 관한 9개 원칙과 111개 국가의무를 추가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문서작업을 통하여 젠더 퀴어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커지게 되었다특히 2006년 욕야카르타 원칙을 만드는 과정에서 젠더 정체성이 드디어(?) 성적 지향과 동일한 수준의 관심 대상이 되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5).


젠더 퀴어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국제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개별 국가에서 이행할 것을 요구하는 구체적인 의무를 나열함으로써, 욕야카르타 원칙은 젠더 퀴어 및 그 옹호자들에 의해 성혁명을 위한 기본 전략과 지침서로 활용되고 있다​6).

 

욕야카르타 원칙의 기초자들은 세계적으로 심각한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는, 성적 지향과 젠더 정체성에 기인한 인권침해 때문에 이를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성적 지향과 젠더 정체성을 이유로 가해지는 초()사법적(extra-judicial)인 살인, 고문과 부당대우, 강간, 사생활의 침해, 자의적인 구금, 고용 및 교육 기회의 배제, 기타 인권 향유에서의 심각한 차별 등을 구체적인 인권침해사례 유형으로 제시하였다. 젠더 퀴어의 인권에 대한 일관성 있는 법적 보호체계가 미흡하다고 보아 이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한 노력의 성과가 바로 욕야카르타 원칙이라고 설명한다​7).


성소수자를 위한 국제인권법 적용 기준을 만들기로 합의한 후에 이를 담당할 패널의 선정에 상당한 신경을 썼다고 한다. 이 패널에는 25개 국가 출신의 29인이 참여하였다​8). 참여자들은 판사·교수 등 전문가, () 유엔인권고등판무관, 국제인권기구·비정부기구의 구성원 등이었는데, 그 다수가 페미니스트 또는 동성애 인권운동가들이었다​9). 의도적인지 혹은 우연인지는 알 수 없으나, 29인의 참여자들에 의하여 29개의 원칙이 마련되었다. 욕야카르타 원칙의 제정에는 국제법률가위원회(International Commission of Jurists)국제인권서비스(International Service for Human Rights)라는 두 국제NGO의 역할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성적 지향과 젠더 정체성에 기인한 인권침해에 대한 국제법의 적용과 관련한 국제법적 기준을 마련하는 용역을 수행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2006116일부터 9일에 걸쳐 개최된 회의에서 여러 참여자들에 의하여 그 초안을 더욱 다듬어졌다. 이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은 욕야카르타 원칙의 보고관(rapporteur)으로서 활동한 Michael O’Flaherty 교수였다. 그는 이를 기초하고 수정하였다. 아일랜드 사람인 그는 당시 유엔인권위원회(UN Human Rights Committee) 멤버이자, 영국 노팅검대학교 인권법교수 겸 인권법센터의 공동소장이었다. 유럽과 유엔 등에서 학자와 실무가로 활동한 그는 201512월부터 유럽연합 기본권국()(the European Union Agency for Fundamental Rights, FRA)의 책임자가 되었다.

 

2006년 욕야카르타 원칙을 제정하고 발표하는 일련의 과정은 매우 의도적인 기획의 산물이었다. 일단 모임 장소를 선택함에 있어서 전혀 성소수자 친화적이지 않은 제3세계 지역인 인도네시아를 고른 것이나, 모임의 공동 의장도 일부러 유럽이나 북미 출신이 아닌 태국인 법학교수 Vitit Muntarbhon과 브라질인 활동가 Sonia Onufer Corrêa로 정한 것이 모두 그러하였다. 이러한 기획은 욕야카르타 원칙을 성소수자 친화적인 국제인권기준으로 부각하는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2017년 플러스 10을 만드는 일에는 33인이 참여하였다​10). 이들 역시 국제법 기준에 국가가 따라야 할 것을 강조하며, 이전의 성적 지향과 젠더 정체성 외에 새로이 젠더 표현성징을 보호영역으로 포함하였다. 그래서 종래 SOGI 대신 SOGIESC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오늘날 한국에서도 원용되고 있는 2006년 욕야카르타 원칙과 2017년 욕야카르타 원칙 플러스 10의 내용을 철저히 분석하고 그 위험한 영향력을 확인하는 일은 글로벌 젠더 혁명을 막는 가장 기본적인 작업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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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선필 교수
서울대에서 법학박사학위를취득하였고, 한국입법학회장,한국헌법학회 부회장, 한국공법학회 부회장을 역임하였다.현재 홍익대 법대 학장으로 봉직하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자문위원, 국회 입법지원위원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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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7.2.17. 인천지방법원이 군형법 제92조의6에 대하여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 이러한 직권제청은 2008년 보통군사법원이 위 조항의 과거 조항인 구 군형법 제92조에 대하여 직권제청 이후 두 번째에 해당한다. 이 사건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등은 2017.7.12. 75명의 변호사로 구성된 대규모 대리인단을 구성하고 헌법재판소에 의견서를 제출하였다.

2) 서울북부지방법원 2018.2.22. 선고 2017고단3010 판결.

3) 시설 이용 관련 성소수자 차별·인권침해 방지에 대한 권고, 서울특별시인권위원회, 2017.5.12.

4) 2007.11.5. 동성애 옹호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의 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트랜스젠더 인권프로그램 국장인 스콧 롱은 당시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하여 국회의장, 법무부장관,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등을 수신자로 하여 성적 지향 등을 차별금지사유에서 제외한 것은 역사적 차별금지법 제정의 근본을 훼손한 것이라는 내용의 서한을 발송한 바 있다. 이 서한은 젠더 퀴어에 대한 차별금지의 근거로서 주요 국제인권조약을 거론하면서 마지막으로 욕야카르타 원칙을 언급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https://www.hrw.org/news/2007/11/05/letter-exclusion-undermines-landmark-bill 참조.

5) 욕야카르타 원칙을 옹호하는 단체 ARC International 소속 Kim Vance2016년 세계동성애자협회(ILGA) 연례대회에서 그 원칙의 10년 성과를 돌아보며 이와 같이 평가하였다. https://arc-international.net/the-yogyakarta-principles-five-things-every-activist-should-know/. 그 동영상은 https://www.youtube.com/watch?v=VGJfdMqTI2A.

6) 이러한 관점에서 욕야카르타 원칙을 비판적으로 분석한 책으로는 G. Kuby, 정소영(), ????글로벌 성혁명????, 밝은생각, 2018, 특히 제5.

7) 이에 관한 설명은 욕야카르타 원칙 등을 소개하는 웹사이트의 문서들을 참조하였다. http://yogyakartaprinciples.org/principles-en/about-the-yogyakarta-principles/.

8) 이 패널에 참여하여 욕야카르타 원칙에 서명한 29인에 관한 분석은 나름 의미 있는 연구대상이라고 본다. 거창하게 지식사회학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29인의 인식에 영향을 미친 그들의 사회적 상황을 검토하는 것은 욕야카르타 원칙의 성립 배경을 잘 설명해 줄 것이다.

9) 젠더 퀴어 인권옹호론자들은 이에 비하여 트랜스젠더 및 인터섹스(間性) 활동가가 고작 둘 뿐이었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기도 한다. 이처럼 트랜스젠더 및 인터섹스 관련 활동가나 의료계·의학계 전문가들의 참여가 저조했기 때문에 의료 현황·의학적 논제에 대한 토론이 탈동성애 운동 등의 전환치료에 관한 규탄 중심으로만 진행되어, 결과적으로 트랜스젠더와 인터섹스에 대한 의제가 제대로 부각되지 못하였다고 한다.

10) 33인 중 2006년 욕야카르타 원칙에도 참여하였던 사람은 8인이었다. 이 중에는 2006년 욕야카르타 모임의 공동의장이었던 태국인 법학교수 Vitit Muntarbhon과 브라질인 활동가 Sonia Onufer Corrêa가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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