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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젠더 기획특집 ]
2006년 욕야카르타 원칙을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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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과 2월에 걸쳐 젠더전환을 둘러싼 법적 문제가 한국 사회에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심각한 도전으로 등장하였다. 군복무 중에 여성으로 전환한 남성이 여군으로 계속 복무할 수 있게 해달라고 하였으나 군으로부터 전역조치를 받았으며, 수험 기간 중에 여성으로 전환한 남성이 여대에 합격하였으나 관계자들의 거센 항의와 반발로 등록을 포기한 일이 발생하였다. 이와 같은 일련의 사건은 젠더전환의 공론화를 위한 의도적인 기획으로 의심된다. 특히 성(젠더)전환수술을 하지 않았음에도 성별변경을 허용하는 하급심 법원의 결정들이 반복되면서 이러한 공론화가 이제 불가피하게 되었다.

전환수술을 거치지 않은 채 자유롭게 성별변경을 하거나 젠더전환자를 평등하게 대우할 것을 요구하는 배경에 욕야카르타 원칙(Yogyakarta Principles)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일찍이 2008.8.25. 국가인권위원회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허가의 절차 및 기준에 관한 결정에서 욕야카르타 원칙을 판단의 참고자료로 원용한 바 있다. 동성애자, 트랜스젠더 등 젠더 퀴어의 권리선언으로 알려진 욕야카르타 원칙은 2006년 제정된 29개 원칙(이하, “2006년 욕야카르타 원칙”)과 2017년 「욕야카르타 원칙 플러스 10」에서 추가된 9개 원칙(이하, “2017년 욕야카르타 원칙 플러스 10”)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글에서는 먼저 2006년 욕야카르타 원칙을 살펴보기로 한다.



2006년 욕야카르타 원칙의 구성

2006년 욕야카르타 원칙은 크게 전문(前文, preamble), 29개 원칙, 추가 권고사항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문은 일반적으로 수용되고 있는 매우 당연한 주장을 내세우며 시작한다.

“모든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유로우며 동등한 존엄성과 권리를 가진다는 것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인종, 피부색, 성별,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기타 의견, 민족적 또는 사회적 출신, 재산, 출생 혹은 기타 신분 등 어떠한 종류의 구별 없이 인권을 향유할 자격이 있다는 것을 상기하며”

그리고 종래 불분명하게 사용되었던 성적 지향과 젠더 정체성 개념의 정의를 최초로 명문화하고, 젠더 퀴어의 권리가 국제인권법에 의하여 보호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국제인권법은 모든 인권, 시민적·문화적·경제적·정치적·사회적 권리를 완전하게 누리는 데 있어서 어떠한 차별도 절대 금지할 것을 강제하고 있다는 것, 성적 권리·성적 지향·젠더 정체성에 대한 존중은 남녀평등을 실현하는데 필수불가결하다는 것, 국가는 한쪽 성이 열등하다거나 우월하다는 생각이나 남녀의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편견과 관습을 없애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며”

나아가 젠더 퀴어의 권리를 충분히 보장할 수 있는 적절한 법체제의 수립을 제시한다.

위 전문에 이어 29개의 원칙과 이에 관한 국가 의무가 상세히 규정되고 있다. 욕야카르타 원칙은 다음 네 가지 핵심요소를 기초로 수립되었다. 네 가지 핵심요소는 「차별금지」, 「핍박으로부터의 보호」, 「권능부여」, 「책임」이다.
먼저 「차별금지」를 내세운다. 다양한 성적 지향과 젠더 정체성을 지닌 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데 평등한 대우가 기본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별금지만으로는 불충분하다고 본다. 그래서 「핍박으로부터의 보호」가 요청된다. 고문, 성적 학대, 의료시술의 강제 등을 법률로 금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아가 「권능부여(empowerment)」가 요구된다. 불리한 처분을 금지하는 것 이상으로, 젠더 퀴어로 하여금 공동체에 충분히 참여하고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누릴 수 있도록 교육, 사회보장 또는 침해된 이익에 대한 보상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책임」이 강조된다. 국가 및 국가기관은 모든 인권을 보장해 줄 뿐 아니라, 사회의 모든 구성원으로 하여금 다른 사람의 권리를 존중하도록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위 핵심요소 순서에 따라 29개 원칙이 아래와 같이 차례로 배치되어 있다.



▶ 2006년 욕야카르타 원칙의 29개 항목

제1원칙: 인권을 보편적으로 향유할 권리
제2원칙: 평등과 차별금지의 권리
제3원칙: 법 앞에서 인정받을 권리
제4원칙: 생명에 대한 권리
제5원칙: 인신의 안전에 대한 권리
제6원칙: 사생활에 대한 권리
제7원칙: 자의적으로 자유를 박탈당하지 않을 권리
제8원칙: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제9원칙: 구금상태에서 인간적인 대우를 받을 권리
제10원칙: 고문과 잔인하거나, 비인간적이거나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을 당하지 않을 권리
제11원칙: 인간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착취, 거래, 매매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제12원칙: 노동권
제13원칙: 사회보장과 기타 사회보호조치에 대한 권리
제14원칙: 적절한 생활수준의 권리
제15원칙: 적절한 주거에 대한 권리
제16원칙: 교육권
제17원칙: 도달 가능한 최고 수준의 건강에 대한 권리
제18원칙: 의료 남용으로부터의 보호
제19원칙: 의견과 표현의 자유에의 권리
제20원칙: 평화로운 집회와 결사의 자유에 대한 권리
제21원칙: 사상, 양심과 종교의 자유에 대한 권리
제22원칙: 이동의 자유에 대한 권리
제23원칙: 망명을 요청할 권리
제24원칙: 가족을 형성할 권리
제25원칙: 공적 생활에 참여할 권리
제26원칙: 문화 생활에 참여할 권리
제27원칙: 인권을 증진시킬 권리
제28원칙: 효과적인 구제와 보상에 대한 권리
제29원칙: 책임

29개 원칙은 내용상 다음과 같이 여덟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① 원칙 1에서 원칙 3은 인권의 보편성
인권이 모든 사람에게 차별 없이 적용되는 것 그리고 법 앞에서 인정받는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② 원칙 4에서 원칙 11은 생명 및 신체안전의 권리
그 구체적인 내용은 생명, 폭력과 고문으로부터의 자유, 사생활의 보호, 재판절차에의 접근권, 자의적인 구금으로부터의 자유 등이다.

③ 원칙 12에서 원칙 18은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
여기서는 고용, 주거, 사회보장, 교육 및 건강을 포함한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의 향유에서 차별금지를 강조하고 있다.

④ 원칙 19에서 원칙 21은 표현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
여기서는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면서 성적 지향 및 젠더 정체성을 이유로 한 국가의 간섭 없이 자신의 정체성 및 성(sexuality)을 드러내는 자유와, 집회에 평화롭게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강조하고 있다.

⑤ 원칙 22과 원칙 23은 성적 지향 및 젠더 정체성을 이유로 한 박해로부터 비호(庇護, asylum)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⑥ 원칙 24에서 원칙 26은 성적 지향 및 젠더 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이 없이 가족생활, 공적 업무 및 문화생활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⑦ 원칙 27은 성적 지향 및 젠더 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이 없이 인권을 보호·증진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고, 이 분야의 인권옹호자를 보호해야 할 국가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⑧ 원칙 28과 원칙 29는 인권침해자의 책임을 추궁하고 피해를 당한 자들에게 적절한 구제수단을 마련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2006년 욕야카르타 원칙의 주요 내용

욕야카르타 원칙은 국제법상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국가 의무를 젠더 퀴어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것이다. 그래서 상당한 부분의 내용은 젠더 퀴어는 물론 일반 사람에게도 공히 적용될 수 있다. 하지만 적잖은 내용들은 주로 젠더 퀴어를 염두에 둔 까닭에 문제가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한국의 법 규범과 현실을 고려할 때 주의해야 할 것들은 제2원칙 「평등과 차별금지의 권리」, 제3원칙 「법 앞에서 인정받을 권리」, 제6원칙 「사생활에 대한 권리」, 제16원칙 「교육권」, 제18원칙 「의료 남용으로부터의 보호」, 제19원칙 「의견과 표현의 자유에의 권리」, 제20원칙 「평화로운 집회와 결사의 자유에 대한 권리」, 제24원칙 「가족을 형성할 권리」, 제27원칙 「인권을 증진시킬 권리」, 제28원칙 「효과적인 구제와 보상에 대한 권리」, 제29원칙 「책임」 등이다. 이 중에서도 양성평등과 전통적인 결혼 및 가족제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많이 끼치는 것은 제2원칙 「평등과 차별금지의 권리」, 제19원칙 「의견 및 표현의 자유」, 제20원칙 「평화로운 집회 및 결사의 자유」, 제24원칙 「가정을 형성할 권리」 등이다. 이들은 동성간 성행위 처벌조항의 폐지, 차별행위의 금지, 젠더 퀴어 행사 개최의 자유, 동성결혼의 합법화의 주요 논거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이하에서는 세계적으로 젠더 퀴어의 일상생활에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서 평가되는 원칙들을 살펴보기로 한다. 그러한 것으로 동성애주의자들은 제2원칙 「평등과 차별금지의 권리」, 제3원칙 「법 앞에서 인정받을 권리」, 제6원칙 「사생활에 대한 권리」, 제18원칙 「의료 남용으로부터의 보호」을 들고 있다.

(1) 제2원칙: 평등과 차별금지의 권리
2006년 욕야카르타 원칙 중에서 차별금지와 관련하여 가장 주목할 것은 제2원칙 「평등과 차별받지 않을 권리」이다. 다른 경우와 동일하게 제2원칙의 시작은 매우 타당한 명제로 시작한다. 문제는 국가의무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는 세부 지침들이다. 밑줄 친 부분을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가는
A. 평등의 원칙과 성적 지향 및 젠더 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금지의 원칙이 헌법이나 다른 적합한 법규에 명시되어 있지 않다면, 법 개정이나 해석을 이용하여 이 원칙들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하고, 실제로 이 원칙들이 효과적으로 실현되도록 보장하여야 한다.
B. 동의 연령(age of consent) 이상에서의 동성 간 합의에 의한 성행위를 금지하거나, 사실상 이를 금지하기 위해 활용되는 형법 및 기타 법적 조항을 폐기하고, 동의 연령은 동성 간 및 이성 간 성행위에 모두 동일하게 적용되도록 해야 한다.
C. 공적, 사적 영역에서 성적 지향이나 젠더 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철폐하기 위해 적절한 입법조치나 기타 조치를 취해야 한다.
D. 다양한 성적 지향과 젠더 정체성을 가진 개인과 집단이 인권을 똑같이 향유하고 행사하도록 하는데 필수적인 조건으로서, 이들이 적정한 수준까지 성장하도록 만들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러한 조치는 차별로 취급되지 않아야 한다.
E. 국가가 성적 지향이나 젠더 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에 대응할 때에는, 이 차별이 다른 형태의 차별과 중첩되는 양상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F. 특정 성적 지향이나 젠더 정체성이나 성별 표현이 열등하다거나 우월하다는 사고와 관련된 편견적, 차별적 태도나 행동을 철폐하기 위해, 교육과 훈련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등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모든 인간이 평등한 존재로서 법 앞에 평등하고, 평등한 법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음은 오늘날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런데 욕야카르타 원칙은 차별사유 중에서 성적 지향과 젠더 정체성에게 특별한 지위를 인정하고 있다. 이 원칙은 성적 지향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는 규정을 헌법이나 기타 법률에 명시하거나 법원 등 국가기관의 유권해석으로 확립할 것을 요구한다(A). 이는 각 국가마다 개별 상황에 따라 달리 판단할 수 있는 입법권 및 사법권을 정면으로 무시하는 것이다. 나아가 성교에 대한 동의 연령을 넘은 동성 간의 사적인 성행위를 전적으로 허용할 것을 요구한다(B). 즉 우리나라 현행 군형법의 해당 조항을 폐지하라는 것이다. 종립학교나 종교기관에서 설립 취지에 따라 동성애자를 고용하지 않는 것을 금지하라고 요구한다(C). 이는 종교의 자유와 직업수행 내지 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이성애 및 남녀간 결혼의 중요성 또는 동성애의 위험성을 교육하는 것을 금지할 뿐만 아니라, 동성애와 이성애를 동일한 것으로 가르칠 것을 요구한다(F). 더 나아가 동성애자를 우대하는 적극적 우대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고, 이러한 우대는 결코 차별이 아니라고 강변한다(D). 하지만 이러한 요구는 (불리한) 차별을 반대한다고 하면서 새로운 (유리한) 차별을 만들어내는 자기모순이라고 하겠다.



(2) 제3원칙: 법 앞에서 인정받을 권리
제3원칙 「법 앞에서 인정받을 권리」는 “모든 사람은 어디
에서나 법 앞에서 인간으로 인정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한다. 다양한 성적 지향과 젠더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삶의 모든 측면에서 법적 권한을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 개인이 스스로 규정한 성적 지향과 젠더 정체성은 인격의 일부이며, 자기결정·존엄성·자유의 가장 기본적인 측면의 하나이다. 법적으로 젠더 정체성을 인정받기 위한 요건으로서 의료적 시술, 예컨대 성전환 수술이나, 불임, 호르몬 치료 등이 강제되어서는 안 된다. 결혼이나 자녀여부와 같은 상태를 젠더 정체성에 대한 법적 인정을 막기 위한 근거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 제시된 국가의무 중에 특히 주목할 것은 “B. 개인이 스스로 규정한 젠더 정체성이 충분히 존중되고 법적으로 인정되도록 필요한 모든 법적, 행정적 및 기타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와 “C. 출생증명서, 여권, 선거인 명부, 기타 서류 등 개인의 젠더/성별이 표기된 국가발행의 모든 신분서류에 개인이 스스로 내면적으로 규정한 젠더 정체성이 반영되게 하는 절차가 마련되는데 필요한 모든 법적, 행정적 및 기타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이다.

원래 「법 앞에서 인정받을 권리」는 2차 세계대전 때 나치이념에 대한 투쟁의 산물이었다. 나치독일에 의하여 법적 권리가 전적으로 부인되었던 유대인을 위하여 법 앞에 인정받을 권리가 주장된 것이다. 이 권리는 법적 정체성과 시민권을 부정하는 국가권력에 대한 투쟁의 성과물이었다. 그런데 이 권리가 젠더 퀴어에게 교묘하게 적용된 것이다. 사실상 이 권리는 수술 없이 성(젠더)전환을 할 수 있는 권리로 이해되었다. 그 결과, 이러한 내용의 법제가 아르헨티나, 아일랜드, 몰타 등에서 젠더의 자기결정권 보장이라는 명목으로 도입되기에 이르렀다.

(3) 제6원칙: 사생활에 대한 권리
제6원칙 「사생활에 대한 권리」는 “성적 지향이나 젠더 정체성과 상관없이 누구도 자의적, 불법적인 간섭을 받지 않고 사생활을 누릴 자격이 있다. 여기에는 가족, 집, 통신에 대한 측면뿐 아니라 명예와 명성에 대한 불법적인 공격으로부터 보호받는 것을 포함한다. 사생활에 대한 권리에는 대체로 자신의 신체에 대한, 그리고 동의 하에 이루어지는 타인과의 성적 또는 그 밖의 관계에 대한 결정 및 선택뿐 아니라, 개인의 성적 지향이나 젠더 정체성과 관련된 정보를 공개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 포함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종래 사생활에 대한 권리의 가장 기본적인 보호 영역은 사생활의 평온이 깨트려지지 않은 자유였다. 점차 사회적 상황과 기술의 발전에 따라 그 보호 영역은 더욱 확장되었다. 그런데 제6원칙은 젠더 퀴어의 입장에서 이러한 보호영역을 대단히 넓게 확장하였다. ‘자신의 신체에 대한 결정과 선택’ 그리고 ‘동의 하에 이루어지는 타인과의 성적 또는 기타 관계 형성에 대한 결정과 선택’도 그 보호범위에 포함된다고 보았다. 이는 사생활의 범주를 ‘장소의 사생활’에서 ‘결정의 사생활’, 나아가 ‘인간관계의 사생활’로 확장시킨 것이다. 이러한 주장에 따르면 동성간 성행위 처벌법(anti-sodomy act)은 사생활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된다. 왜냐하면 동성간 친밀한 관계 형성은 자율성을 누릴 권리의 일부이며, 개인 존엄성의 불가분한 일부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교묘한 논리에 따라, 제6원칙은 “A. 동의 연령 이상에서 상호 합의된 성행위를 포함하여 개인이 사적인 영역(private sphere), 사적인 의사결정(intimate decisions), 인간관계(human relations)를 성적 지향이나 젠더 정체성과 상관없이 자의적 간섭을 받지 않고 향유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입법적, 행정적 및 기타 조치를 취해야 한다. B. 동의 연령 이상에서의 상호 합의된 성행위를 범죄화하는 모든 법을 폐기하고, 동의 연령이 동성간 및 이성간 성행위에 모두 동일하게 적용하도록 하여야 한다.”를 국가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E. 동의 연령 이상에서 상호 합의된 성행위나 젠더 정체성과 관련되어 유치되고 있거나 형사상 유죄판결을 받고 감금되어 있는 모든 사람들을 방면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4) 제18원칙: 의료 남용으로부터의 보호
제18원칙 「의료 남용으로부터 보호」는 “누구도 성적 지향이나 젠더 정체성을 이유로 그 어떤 형태의 의료적 또는 심리적 치료나 시술, 검진을 강제 당하거나 의료시설에 감금되어서는 안 된다. 분류에 관해 반대 견해가 있기는 하지만, 개인의 성적 지향과 젠더 정체성 그 자체는 의료문제가 아니며, 치료되거나 교정되거나 억제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밑줄 친 부분으로 성적 지향과 젠더 정체성을 결코 질병이 아니라고 보는 입장이다(물론 단서를 달고 있지만). 그래서 “의료적, 심리적 치료나 상담에서 명시적으로나 암묵적으로 성적 지향과 젠더 정체성을 치료, 교정, 억제시켜야 할 의료적 문제로서 다루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국가의무를 명시하고 있다(F). 또한 일정한 요건 하에서 “누구도 젠더 정체성을 강제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의료적 시술로써 아동의 신체를 불가역적으로 변형하지 못하도록 이에 필요한 모든 입법적, 행정적 및 기타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고 요구하고 있다(B). 이는 간성(間性)의 치료를 거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요구는 간성이 그 자체로서 존중되어야 할 존재이지, 의료적 치료를 요하는 의료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욕야카르타 원칙에 대한 분별력을 가져야

앞에서 본 것처럼, 욕야카르타 원칙은 일반적 자유권 이상으로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권리에 걸쳐 매우 광범위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른바 인권 개념의 불가분성(indivisibility)을 반영한 것이라 주장한다. 그래서 동성애자, 트랜스젠더 등 젠더 퀴어의 권리를 전체적으로 두루 보장하여야 한다고 강변한다.

2006년 욕야카르타 원칙의 기초자들은 이 원칙이 당시 국제인권법에서 도출되는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즉 여기서 제시된 국가 의무는 새로운 것이 아니라 기존의 국제법에서 논리적으로 유추되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사실 종전의 국제인권법이나 각종 협약에 명시된 규정 중에서 부분적으로 따온 것들이 많았다. 예컨대 전문에 나타난 "편견과 관습을 철폐하려는"이라는 표현은 UN 여성차별철폐협약에서 끌어온 것이다. 그밖에 상당한 부분도 UN 자유권 규약, 사회권 규약 등에 규정된 내용을 가져와서 다듬은 것이다. 그 결과, 2006년 욕야카르타 원칙은 매우 그럴듯한 외관을 취하고 있다. 그래서 욕야카르타 원칙이 젠더 이데올로기에 기초한 일방적인 주장임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것은 정말 국제인권법의 「원칙」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 까닭에 욕야카르타 원칙의 허구성과 위험성을 더욱 살피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 위한 지혜로운 분별력이 더욱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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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선필 교수
서울대에서 법학박사학위를취득하였고, 한국입법학회장,한국헌법학회 부회장, 한국공법학회 부회장을 역임하였다.현재 홍익대 법대 학장으로 봉직하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자문위원, 국회 입법지원위원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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