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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젠더 기획특집 ]
[인터뷰] "어둠의 긴 터널을 지나 비로소 나를 찾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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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13일 국회에서는 ‘위대한 생명 위대한 가족(Awesome Life Awesome Family)’이라는 주제로 2020 국제 생명주의 성가치관 교육을 위한 포럼이 열렸다. 이 행사에서 탈성전환자 이효진(34세)씨가 마지막 메시지를 맡아서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다. 이효진씨의 영상을 지난해 말 유튜브에서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귀여운 소녀였던 그녀가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의 모습이 되었다가 다시 여자의 모습으로 돌아온 이야기가 무척 충격적이면서도 감동이었다.

 신경과학자들에 따르면 인간은 성장 과정에서 성호르몬에 의해 뇌 구조와 기능이 그 성(性) 에 맞게 발달되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여성성, 남성성이 뇌 구조와 기능에 연결돼 있다고 한다. 즉 생물학적인 성이라는 것은 생각만으로 남자에서 여자로, 여자에서 남자로 바꿀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외부적인 충격과 상처로 인해서 자신의 여성성이나 남성성을 과도하게 미워하거나 심지어 혐오하게 되기도 하는데, 어릴 때 받은 상처일수록 적절한 시기에 이것을 치료하지 않으면 자신의 타고난 성을 거부하려는 심리적 문제가 생기게 된다. 이효진씨가 남자가 되려고 하고 여자를 좋아하게 된 것 또한 자신의 어린 시절 겪은 성적 상처 때문이었다는 것을 탈트랜스젠더 과정에서 알게 되었다고 한다. 크레도 매거진 8호에서는 4년이 넘게 호르몬제를 투여해서 여자에서 남자가 되었다가 다시 본래 모습으로 돌아온 이효진씨와 만나 그녀의 스토리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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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 이야기

어릴 때 위로 오빠가 있다 보니 약간 남성스러운 성향이 있었어요. 오빠랑 같은 스타일의 옷을 즐겨 입고, 오빠 옷을 살 때 자주 같이 갔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남자처럼 꾸미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런데 그것이 제가 7살 때 성폭행 당했던 경험에서 비롯되어 나타난 것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어요. 생각해보면 아주 어릴 때는 정말 귀여운 여자 아이였거든요. 그 때 성폭행 경험이 제 삶을 바꾸게 한 사건이었던 것 같아요.”


- 묻어두었던 7세 때 성폭행 경험

성폭행 당했던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어요. 마치 콘크리트로 완전히 덮었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저도 몰랐어요. 그 사건이 나를 이렇게 몰고 갔다는 것을. 어릴 때였지만 저도 모르는 사이 내가 남자였다면 이런 일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하는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제가 여자라서 문제였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죠. 그래서 엄마가 치마를 입히면 경기를 일으키듯이 뒤집어지기도 했어요. 결국에는 그 사건으로 남성을 거부하는 혐오증까지 생기게 되고….부모님뿐 아니라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그렇게 혼자 그 상처가 나를 집어 삼키는지도 모른 채 살다가 결국 내가 남자가 되면 여자를 좋아할 수 있으니 모든 것이 해결될 것 같았어요.”

 

- 10대 학창 시절

학창시절 사춘기가 오니 정말 심하게 힘들었어요. 저는 절대 생리가 오지 않을 줄 알았거든요. 걸스카우트, 보이스카우트 같이 성별이 정해져 있는 곳은 싫어서 일부러 해양소년단에 들어갔는데 해양소년단 수련회에 가서 생리가 터졌고 그 이후 일주일간 제가 완전하게 여자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에 너무나 힘들었어요. 또 지금 생각해보면 10대 때는 그럴 수 있는 건데, 중학생 때 남자보다 여자인 친구들이 더 좋고 끌리는 마음이 있었어요. 남성혐오증이 있다 보니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집착하게 되고 마음 안에서 뭔가 알 수 없는 만성불쾌감 같은 감정이 계속 자리잡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스스로 나는 원래 여자를 더 좋아하는 사람이다라고 생각해 버리게 된 것이죠. 성 정체성이 자리잡는 그 중요한 시기에 누군가 저에게 올바른 성교육을 해줬다면 제 인생이 이렇게 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최근에 하게 됐어요.”

 

- 독립 그리고 일과 사랑

사춘기 시절 제 안에 만성적인 분노가 있다 보니 인간관계가 좋지 않았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러다가 그림을 그리고 무엇인가를 만드는 것에 집중하게 됐는데 그 분야에 재능이 좀 있었던 듯 하고, 또 어느 한 편으로는 집착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패션 쪽을 전공하게 됐고, 학교 졸업 후 일반적으로 동대문 같은 곳에서 일을 많이 하는데 저는 평소에 좋아하던 디자이너가 어시스턴트를 뽑는다는 공고를 보고, 강원도에서 무작정 서울에 와서 인터뷰를 하고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그런데 그 디자이너가 양성애자였던 거예요. 그 때 바로 커밍아웃을 한 것은 아니지만 동질감 같은 것 때문에 마음이 더 편하고 좋았던 것 같아요. 그러다 회사에서 동료를 좋아하게 되면서 커밍아웃을 하게 됐어요. 저는 저의 정체성을 오픈하면 굉장히 시원하고 좋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마음이 더 힘들더라구요.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으로. 그러면서 굉장히 우울했어요

 

- 남자가 되기로

내가 여자인데 여자를 좋아하고 있으니 그것이 참 힘들다고 생각했어요. 어릴 적부터 여자가 좋기는 했지만 내가 여자로서 여자를 좋아하는 것이 싫었어요. 그런데 20대 후반 즘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을 하신 분을 알게 되었는데 그분과 얘기를 하다가 내가 남자가 되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죠. 그 즈음 엄마에게만 처음 말씀을 드렸는데, 엄마는 굉장히 이성적인 분이셔서 제가 어릴 때부터 평범한 여자 아이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고는 계셨다고 해요. 그렇지만 성 전환하는 것은 안 된다고 반대하셨어요. 트랜스젠더가 되기로 결정하고 돈을 모아서 진단서를 받아 2014년부터 호르몬 치료를 시작하게 됐어요 그런데 얼마 전에 그때의 진단서를 꺼내 보게 됐는데 성폭력에 대한 내용이 전혀 없는 거에요. 그때까지 그 얘기를 한번도 꺼내본 적이 없어서 상담 받을 때조차도 얘기를 안 한 것이죠. 만약 상담할 때 성폭력 피해사실을 털어놓았다면 저는 호르몬치료를 받지 못했을 거에요. 성폭력으로 인한 상처로 성에 대한 왜곡된 인지가 생기게 된 것이기 때문에 그 상담부터 하라고 했을 텐데 그때까지 스스로 철저하게 그 사건을 숨겼기 때문에 남자가 된 것이죠.”

 

2014년부터 시작된 호르몬치료. 남자 청소년들은 10대 청소년 시기 동안 서서히 남성호르몬이 증가하며 근육과 목소리 기타 여러 가지 남성성이 발달하게 된다. 학령기에서 청소년기까지 거의 7~8년간 호르몬의 변화는 최저와 최고를 비교할 때 1000% 가까이 증가하는 수치라고 한다. 그런데 28년간 생물학적으로 여성으로 살아왔던 사람이 남성 호르몬을 맞게 되면 갑작스럽게 몸의 변화가 일어나 그에 따른 고통이 뒤따른다. 이효진씨 역시 호르몬제를 맞으면서 심리적인 것뿐만 아니라 많은 육체적인 고통을 겪었다고 한다. 그 힘든 시간들을 보내며 겉모습은 남자가 되었지만 행복하지 않고 오히려 더 혼란스러웠던 시간들그리고 다시 여자로 돌아오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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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화와 함께 고통의 시간

지금까지 여자로 살던 사람이 남성호르몬을 맞으니 몸이 급격하게 힘들어졌어요. 목소리가 굵어지고 없던 근육이 여기저기 마구 생기면서 몸이 너무 무겁고, 하루 종일 졸리고 얼굴이 변해갔어요. 계속 호르몬을 맞아야 하니 돈을 벌어야 하는데 당시 패션 쪽에서 너무 어린 나이에 가장 상위 계층의 시스템을 경험하며 한창 잘 나가다가 모든 것이 곤두박질치게 된 시점이었거든요. 그런데 너무 오만한 마음에 허드렛일은 못하겠고 겨우 겨우 일을 이어서 하는 중에 스트레스도 많은데 호르몬까지 맞으니 우울증이 왔어요. 어느 날 거울 속에서 만난 너무 낯선 사람의 모습, 나조차 받아들이기 힘든 나의 목소리. 혼자 있을 때는 무섭기까지 했어요. 이태원 거리를 지나가다 귀여운 꼬마가 있어서 예쁘다고 칭찬하니 옆에 있던 할머니가 삼촌에게 인사해야지하는데 갑자기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느낌이었어요. 삼촌, 남자라는 표현을 바라고 있었지만 그 말이 내면 깊은 곳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나는 누구인가하는 생각으로 너무 힘든 시간을 보냈어요. 사람도 만나기 싫고 집과 사무실만 오갔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심한 우울감이 저를 찾아왔어요. ‘나만 왜 이렇게 사는 걸까, 왜 나는 이런 삶을 살고 있는 걸까.’ 남자가 되고 싶어했는데 남자인 지금의 내가 너무 힘들고. 뭔가 모든 것이 다 꼬여버린 것 같았어요.


- 다시 돌아가자 결단

그렇게 대인기피증까지 와서 힘들 때쯤, 동네 친한 지인이 어느 날 자신이 ()주님 말고 진짜 주님을 만났다며 교회 한번 가자고 했는데 그렇게 교회에 발을 딛게 된 것이 제가 새롭게 되는 변곡점이 되었어요. 교회에 와서 예수님을 깊이 만나면서 힘들었던 마음이 풀어지고 우울증도 좋아졌어요. 그렇지만 저의 성향이 한번에 바뀐 것은 아니에요. 여전히 여자를 좋아하고 있었고, 교회에서는 제가 남자의 모습이기 때문에 다들 그냥 남자로 알고 있었거든요. 동성애가 성경에 맞지 않는 죄라는 것을 알았기에 머리로는 안 된다라는 걸 알지만 마음은 단번에 바뀌지 않아서 머리와 가슴이 따로 노는 시기가 있었는데 그 시기가 참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어느 날은 여전히 여자를 향하고 있는 제 자신이 힘들어서 다 내려놓고 저도 이제 모르겠어요울며 기도했던 시간도 있었어요. 그런데 언제인지 모르겠는데 마치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한 장면과 같이 한참 뛰다가 갑자기 멈춰 서서 이게 아닌데, ‘나 다시 돌아가야겠다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다시는 여자랑 연애 안 하고 여자랑 결혼 안 한다고 기도를 하게 됐어요.”

 

- 남아있던 한 가지, 호르몬 중단까지

여자를 좋아하지 않기로 결단을 했지만 마지막 남은 것은 성전환증이었어요 그때도 여전히 호르몬을 투여하고 있어서 남자의 모습이었거든요.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죠. 나는 여자인데 겉모습도 목소리도 남자이고. 그렇지만 이것만은 괜찮겠지 하는 마음이 한 켠에 있었어요. 그냥 여자랑 연애만 안 하면 되는 것이지, 굳이 다시 돌아갈 필요가 있을까 싶을 때쯤 갑자기 몸에 문제가 생겼어요. 호르몬을 2주에 한번씩 맞으면서 이미 생리는 끊겼는데 어느 날 갑자기 부정출혈이 생겨서 병원에 갔어요. 원래 초반 호르몬이 안정되는 시기에 이런 부정출혈이 생길 수 있다고 해요. 그런데 이렇게 몇 년 동안 호르몬을 맞고 안정화된 다음에 부정출혈은 별로 없는 일이라서 정밀 검사를 받아보게 되었어요. 그런데 검사 결과 자궁과 난소가 너무 멀쩡하게 살아 있는 거에요. 병원 원장님도 놀라시면서 이렇게 호르몬 치료를 2~3년 이상 하면 자궁과 난소가 다 수축되어 제 기능을 상실하게 되고 정상적일 수가 없다고 하셨어요. 그것이 저에게는 하나의 사인이라고 느껴졌습니다. 호르몬까지 끊고 다시 여자로 돌아가야 하는 사인. 병원에서는 자궁을 그냥 들어내라고 했어요. 이렇게 완벽하게 남자로 되기도 힘든데 그냥 없애버리는 것이 낫다고. 그러나 이렇게 몇 년 간이나 호르몬을 맞아서 겉모습은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가 되었지만 내 안에 여성성이 그대로 살아있다는 것은 내가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분명한 사인이기에 저는 호르몬까지 이제는 중단하기로 결심했습니다

 

- 그러나 다시 긴 터널 속에서

저를 돕고 있던 교회의 목자 분께서 제가 이제 완전히 호르몬을 끊고 돌아가야겠다고 하자 너무 감동해 하시며 눈물을 보이셨어요. 그리고 교회에서 간증까지 하게 되며 교회가 발칵 뒤집히기도 했죠. 지금까지 남자로 알던 저를 이제는 자매로, 여자로 알게 되면서 그 이후 저는 더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내게 됐던 것 같아요. 호르몬을 끊고 바로 짠하고 제 모습이 여자가 되는 것이 아니잖아요. 보통 다시 돌아오는데 길면 4~5년이 걸린다고 해요. 제 모습이 여전히 겉으로는 남자였어요. 그런데 이제 교회에서 저는 여자입니다.’라고 간증을 했기 때문에 여자로 살아야 하는데 가장 먼저 화장실 가는 것이 문제였죠. 이전에는 그냥 남자 화장실을 다녔었지만 이제는 여자인 걸 공개했는데 계속 남자 화장실을 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여자 화장실을 가면 제 모습에 사람들이 놀라고. 뿐만 아니라 몸에 문제가 많이 생겼어요. 원래 모든 사람은 남성호르몬과 여성호르몬이 다 있는데 각 성별에 따라서 두 호르몬이 서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해요. 저는 몇 년간 남성호르몬을 투여해서 남성성을 더 높여 놨는데 갑자기 2주에 한번 맞던 호르몬을 안 맞으니 호르몬에 불균형이 생기면서 면역력이 급격하게 떨어졌어요. 다시 여성 호르몬제를 맞을 수도 있지만 이제 다시는 호르몬이라는 것을 맞고 싶지가 않아서 일부러 안 맞았거든요. 그래서 마치 하루가 12시간인 것처럼 방전이 됐어요. 몇 시간 일하면 탈진이 오고 그러다가 쓰러지기도 했거든요. 그리고 사람들의 과도한 관심이 참 부담스럽고 힘들었어요. 여전히 남자와 같은 외모가 있었기에 만나는 분들이 과도하게 아는 체를 할 때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구요. 마치 제가 어두운 터널 안에 갇혀 있는 것 같았어요. 그러다가 어느 날 기도하는데 나를 지으신 하나님이 나를 여자로 만들었다는 것을 깊이 깨달으며 그냥 내 모습 그대로를 내 자신이 기뻐하며 사랑하게 되는 시간이 있었어요. 그러면서 완전히 회복된 것 같아요. 호르몬을 끊은 것이 20189월 정도인데 이렇게 1년반만에 여자로 돌아온 것은 기적이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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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바른 성 가치관을 교육하는 성교육 강사

최근에 교회에서 이렇게 간사로 부르심을 받아서 일을 하고 있는데 제 자신의 경험을 비춰볼 때 어릴 때 성교육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어렸을 때 성폭력을 당하고 올바른 교육을 받으며 치유되었다면 내 인생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래서 성교육에 관심을 갖게 되며 한국가족보건협회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 김지연 약사님과 연결이 되며 갑작스레 올해 1월 의미있는 포럼에서 제 얘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저와 같은 일을 겪고 있거나 또 그로 인해서 힘들어하는 10대들을 위해서 올바른 성 가치관을 갖고 교육하는 전문가가 되고 싶어요. 3월부터 전문적인 교육을 받을 예정입니다.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겪고 있는 친구들에게는 누군가 애기할 사람이 필요해요. 저는 제가 직접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런 친구들을 도와줄 수 있을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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