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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들어가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하, “북한이라고 함)194899사회주의적 민주공화제를 채택한 이후 공산화와 계획경제체제를 실현하고, 정권 수립 후 70년이 흐르는 동안 세계에서 유래 없는 3대에 걸친 정권세습과 주체사상과 선군사상을 기반으로 한 독재정권을 유지해오면서, 사회주의국가 및 수령절대주의 체제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북한 주민들의 다양한 기본권의 영역을 광범위하게 침해해왔다.

     

    1990년 중반 이후 반복된 가뭄과 홍수로 인하여 극심한 식량난으로 탈북민이 발생하면서 그동안 폐쇄되었던 북한 내부 실상이 탈북민의 구체적 증언들을 통해 공개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북한은 1991년 소비에트 연방이 붕괴되고 주변 사회주의 국가들이 개혁개방 정책을 도입하였음에도 1994년 김일성 사망 이후 김정일을 후계자로 내세워 정권을 세습시켰고, 극심한 경제난의 극복 방안으로 고난의 행군구호를 외치며 주민들의 희생을 강요하여 사회적 이탈을 막으며 통제하고, 군사력을 강화시키는 선군정치를 표방하여 천문학적 국방비를 지출하고, 수십만명의 아사자를 발생시키며 민생복지를 외면하였다.

     

    나아가, 김정일 정권은 주변 사회주의 국가들이 무너지면서 북한의 독제체제를 인정받을 수 있는 국제적 기반이 사라지자, ‘자주노선을 유지하는 폐쇄적 외교정책을 내세우며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국제사회에 제기된 북한의 인권문제 압력에 대하여 우리식 인권개념을 정립하여 대응논리로 내세우며 이를 내정간섭이라고 치부하며 오히려 비판하였다.

        

    북한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 자행되는 자국민에 대한 인권 침해는 김씨 일가 1인 독재 체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전개된 북한의 특수한 정치·경제·외교 정책과 인권에 대한 사상적 배경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정확한 이해를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 이하에서는, 북한의 공산화 정책과 1인 독재체제의 완성 및 세습 과정을 북한의 주요 헌법 개정 내용을 살펴보고, 북한의 특수한 인권개념인 우리식 인권 개념과 주체사상 및 선군정치를 표방한 외교정책을 고찰함으로써 북한의 자국민에 대한 광범위한 인권 침해의 종합적 원인을 찾아보고자 한다.

     


     

    2. 북한 인권침해의 원인 및 배경

     

    . 공산화 과정 및 계획경제 체제 유지로 인한 인권 침해


    북한은 194899일 소비에트 연방제의 승인으로 사회주의적 민주공화제를 채택하여 정권을 수립한 이후 가장 먼저 공산화 과정의 일환으로 지주계급과 반대세력을 혁명이라는 명분으로 숙청하였다​1). 이에 따라 북한 정권 수립 초기단계에서, 무상 몰수, 무상분배 등을 원칙으로 하는 토지개혁을 통한 광범위한 북한주민들의 재산권 침해가 발생하였다. 또한 북한은 주요 산업의 국유화를 단행하여 북한 주민들의 경제적 자유를 침해하였고, 이를 반발하는 세력에게 반인권적 숙청을 단행하여 개인의 생명권과 정치적 자유를 침해하였다​2).


    나아가, 북한은 중앙집권식 계획경제 체제를 유지하면서 집단 및 국가의 소유권만을 인정하기 때문에 개인의 소유권을 부정하여 북한주민들의 경제적 자유권을 침해하였고, 북한 당국의 계획에 따라 경제활동에 필요한 자원배분을 특정한 기업이나 개인에게 분배하면서 북한 주민들의 평등권을 침해하였다​3).


    위와 같은 북한의 공산화 및 계획 경제 정책으로 나타난 기본권 침해는 과거 소비에트 연방을 위시한 사회주의 국가들에서도 일반적으로 나타난 양상들과 비슷하다고 하겠다.

     

    . 주체사상 및 선군정치를 통한 3대 정권세습 과정에서 발생한 인권 침해

     

    북한은 1948825일 제1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실시하고, 같은 해 소비에트 연방의 승인으로 99일 김일성을 수상으로 박헌영을 부수상으로 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수립을 선포했다. 그런데, 북한은 정권 수립 초기 조선로동당의 일당제 프롤레타리아 독재 체제였음에도, 출신 배경과 성향이 다른 여러 좌익 세력들이 소련의 강요로 인해 하나의 조선로동당으로 합병된 것으로, 사실상 여러 정파로 구성된 연립내각 형태의 정부에 가까웠다.

     

    이에, 김일성은 1931년 중국 공산당에 입당하여, 194899일 소비에트 연방의 승인으로 북한의 내각 수상이 되었는데, 6·25 전쟁 이후에는 박헌영, 리승엽 등 남로당 간부들을 패전 책임으로 물어 대거 숙청하고, 19568월 종파 사건으로 소련파와 중국 연안에서 활동하던 조선 의용군 계열의 연안파를 숙청하였다. 1967년 자신의 권력기반이었던 갑산파와 남아있는 연안파를 숙청함으로써 자신의 정적들을 모두 제거하고 주체사상을 기반으로 하는 ‘1인 수령의 유일적 영도 체제를 확립하였다.

     

    이후, 북한은 197212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사회주의 헌법)을 공포하여, 주체사상을 명문화하고 국가주석제를 도입하여 국가의 실질적 권한을 국가원수인 주석에게 집중시켰다. , 김일성은 헌법 개정을 통하여 국가주석제도를 신설하고 최고인민회의를 추인기관으로, 내각을 집행기관인 정무원으로 바꿔 권한을 크게 약화시키고, 주석 아래 직속된 중앙인민위원회에 입법, 행정, 사법 3권을 모두 집중시켜 자신이 주석으로 취임하였다.


    나아가, 북한은 19742월 김일성의 공식후계자로 김정일을 내정하고, 김일성의 우상화, 김일성의 권위의 절대화, 교시의 신격화, 교시집행의 무조건성화, 권력 상속의 정당화를 핵심내용으로 하는 당의 유일사상체제 확립 10대 원칙을 발표한다​4).


    그 후, 북한은 1992년 헌법 개정을 통하여 종전 중앙인민위원회 산하 위원회에 불과했던 국방위원회의 지위를 최고인민회의가 직접 구성하는 독립기관으로 격상시키고. 최고인민회의가 주석을 선출 및 소환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하고, 기존의 주석의 무력 지휘통솔권을 국방위원회로, 조약의 비준권을 중앙인민위원회로 이관하며 국가주석의 권한을 축소하여, 김정일 총비서의 후계자 지위를 헌법적으로 승인할 준비를 마쳤다​5).


    북한은 김일성이 사망 4년 후인 1998년 또다시 헌법을 개정하여 주석과 중앙인민위원회의를 폐지하고,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를 부활시키고, 국방위원회를 무력지휘 통솔권을 가진 국가주권의 최고 군사지도기관이며 전반적 국방 관리기관으로써의 지위로 격상시킨 다음, 김정일을 국방위원장으로 추대하여 권력세습을 완성하였다​6).


    그 후, 북한은 2009년 헌법 개정을 통하여 공산주의라는 용어를 삭제하고 김정일이 강조해 온 선군사상을 헌법의 지도이념으로 채택한 다음, 국방위원장이 국가최고지도자인 최고령도자임을 명시하고 군사관련 업무 및 국가 중요정책을 수립하도록 함으로써 그 권한을 강화하여 김정일 1인 지배 체제를 제도적으로 완성하였다​7).


    나아가, 북한은 20111217일 김정일 사망 이후 김정은이 권력을 승계하고, 2012년 헌법을 개정하여 북한이 핵보유국임을 명시하였고 국방위원장을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으로 개칭하고, 2013년 헌법 서문에서 금수산태양궁전의 의미를 강조하였고, 2016년 헌법에서 국무위원회 제1위원장을 국무위원장으로 변경하고 국무위원장이 북한의 최고령도자임을 밝히고, 2019년 두 차례의 헌법 개정을 통해 국무위원장의 권한을 더욱 강화시켜 김정은 체제를 구축하였다​8).


    이와 같이, 북한은 정권 수립이후 정적들을 숙청하며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권력 세습을 이어가기 위하여, 한 나라의 최고규범인 헌법을 북한식 사회주의 완성을 위한 정치헌장 내지 1인 독재체제 혹은 수령 영도체제의 장식적 규범으로 전락시켰다. 이와 같은 과정에서 수많은 북한 주민들의 생명권과, 신체의 자유 및 사상 양심종교의 자유 형사사법절차상의 권리와 같은 자유권 및 참정권과 같은 정치적 기본권이 희생되었다.

      

     

     (사진 출처: 리버럴헤럴드)


    . ‘우리식 인권개념에 따른 인권 보장에 대한 인식 및 대응


    사회주의 인권개념과 주체사상이 결합된 북한의 인권 개념은 1990년 중반 사회주의 국가붕괴 후 국제사회에서 제기되는 인권 개선 압박에 대한 대응논리로 우리식 인권개념을 내세우며 정립되었다​9).


    우리식 인권이라는 용어는 1995624일자 로동신문의 참다운 인권을 옹호하여에서 구체적으로 등장하였으며, ‘사람 중심의 철학사상인 주체사상을 구현한 우리식 인권론은 우리 인민의 지향과 요구를 반영한 자주적인 인권론이며 올바른 가치관과 생명관에 기초한 과학적 인권론이라고 한바 있다. 이러한 북한의 인권개념인 우리식 인권론의 특징은 아래와 같다.

     

    첫째, 북한의 우리식 인권은 사회주의 인권개념과 주체사상이 결합된 개념이다. 주체사상은 세계와 자기 운명의 주인인 인민대중의 자주성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수령의 올바른 지도와 결합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수령에 대한 절대 충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북한은 인권의 실현이 사회적 존재인 인민대중의 자주권이 보장되는 것이라고 해석하며, 인민대중의 자주권의 보장을 위해 인민대중이 수령, 당과 일심동체를 이루어 수령과 당의 지도를 구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인권의 보장은 수령에 대한 절대 충성의 대가이며, 수령의 선물과 시혜로서 주어지는 것이다​10). 결국, 북한의 인권 개념마저도 북한의 1인 독재 체제를 정당화하는 데에 이바지 하고 있다.

     

    둘째, 북한은 세계 모든 나라에 꼭 맞는 유일한 인권기준이 있을 수 없다, 국제사회의 인권기준은 제국주의의 인권 기준이므로 따를 수 없고, 북한의 사상과 이념 문화에 맞는 인권기준인 우리식 인권기준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11). 김일성은 1994년 미국 워싱턴 타임즈 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인권의 기준으로 인민이 좋아하면 그것이 공정한 인권기준이라고 언급하였다. , 북한은 인권이 보편적 가치라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지만, 국제사회에서 보편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인권기준은 없고 우리에게는 우리식의 올바른 인권기준이 있다며 인권기준에 대한 상대주의적 관점을 취하는 것이다​12). 그리하여, 북한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인권 개선 압박에 대하여 제국주의자들이 세계 지배를 위한 외교 정책의 주요 수단으로 인권문제를 사용하는 것이고, 해당국가 내의 반혁명분자들을 부추겨 사회적 혼란과 불만을 야기하여 정권 교체를 시키려는 내정간섭의 도구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13).


    셋째, 북한의 우리식 인권론은 인권을 국가주권과 결합하여, 국가의 자주권을 떠난 인권이라는 없다면서 인권이 곧 국권이라는 주장을 한다. 나아가, 인권문제는 국가주권 내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간섭은 주권의 원칙, 내정불간섭 원칙을 위배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는, 북한뿐만 아니라 사회주의 진영에서 인권보다 국가주권을 우선시하기 위한 주장에 해당하는데, 북한은 1990년대 사회주의 진영이 몰락하고 2000년대 미국 부시정부의 대북 강경책으로 국제적으로 고립되면서 더욱 이러한 논리에 집착하고 있다​14). 북한은 모든 국가는 민족 자결권을 갖고 있기에 인권문제는 국가의 자주권 문제에 해당하고, 인권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해 국가의 국력이 강화되어야 한다면서, 이를 참다운 인권을 옹호하기 위한 정치로서 미국의 인공공세에 대응할 수 있는 최상의 정치방식인 선군정치의 정당성으로 연결한다​15). 나아가, 진정한 인권은 자주권이며 오로지 국가의 보장아래서만 실현된다고 한다​16).


    이와 같이, 북한은 인권개념 마저도 주체사상과 연관 시켜 인권의 보장이 수령과 당의 지도의 구현으로 해석하고, 상대적 인권관점과 국가주권이 결합된 우리식 인권개념을 내세워 국제사회의 정당한 인권개선 요구를 오히려 내정간섭으로 치부하며 비판해 오면서 더욱더 1인 독재체재를 공고히 하며 자국민의 인권상황을 악화시켜 왔다.

     

    . 외교적 고립을 통해 초래된 인권 침해


    북한의 외교는 냉전체제 당시 소비에트연방을 위시한 주변 사회주의 국가들을 중심으로 김일성 장기 독재체제를 인정받고 자본주의 국가들의 간섭을 배제하면서 북한 내부 권력 체제를 강화시키는 수단으로 진행되었다.

     

    한편, 1991년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되고 주변 사회주의 국가들이 개혁개방 정책과 시장경제 및 다당제를 도입하며 실질적으로 사회주의를 포기하면서 냉전체제가 종식하였지만, 북한은 오히려 이러한 개혁을 역행하며 김정은 유일독재 체제를 유지하고 군대를 혁명의 기둥으로 내세워 사회주의 위업 전반을 밀고 나가는 령도방식​17)인 선군정치를 내세워 군사력을 강화하면서 국제사회에서 더욱더 고립되었다.


    또한, 김정일은 유일독재체제를 위해 자주노선을 택하여 통제와 폐쇄정책을 펼치면서, “자주권은 나라와 민족의 생명이며 총대에 의해서만 수호될 수 있다며 자주권 확보를 위한 군사력 강화정책을 정당화 시켰다. 이러한 자주를 위한 외교와 강한 군사력의 보유가 불가분이라는 논리는 북한이 군사력을 수단으로 벼랑끝 전술과 같은 공세적 외교를 전개하는 근거가 되었다​18).


    이와 같이, 북한은 군대의 영향력 증대로 인해 보수적이고 강경한 대외정책을 펼치며 적들을 초강경 제압한 김정일의 선군외교전법을 찬양하였지만, 지나친 군사비 지출은 필연적으로 북한 민간경제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북한 주민들을 지하경제에 의존하도록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19).


    나아가, 북한은 국제질서의 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함으로써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의 갈등을 야기하고 이를 협상수단으로 활용하여 체제 안보에 대한 보장을 받으려 하고 있다​20). 이와 같은 북한의 핵개발과정을 통한 대외정책 실패로 인하여 북한은 국제사회로부터 경제적 제재를 받고 고립되어 경제 상황이 더욱 악화되었고, 북한주민에 대한 지속적인 통제와 인권침해로 이어졌다​21).

     

    3. 나가며


    북한 정권의 수립 후 수상으로 취임한 김일성은 자신의 정적들을 차례로 모두 숙청한 다음 국가권력을 주석 아래 모두 집중시켜 균형과 견제라는 삼권분립의 정신을 정면으로 포기한 독제체제를 구축하고, 주체사상을 근거로 한 자주노선을 택하여 주민에 대한 폐쇄와 통제정책을 정당화 시켰다. 이후, 김정일이 권력을 세습하여 냉전체재 이후의 개혁개방에 역행하며 선군정치를 기반으로 군사력을 강화하고, 폐쇄적 자주노선을 유지하며 정치범수용소, 감시조직 및 각종의 주민통제 장치들을 이용한 군사독재를 실시하여 인권 탄압을 이어갔고, 현재 그 자주노선을 김정은이 이어나가고 있어, 정치 구조적으로 볼 때 북한인권 탄압의 체질적 개선은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이렇듯, 북한은 전 세계에서 유래 없는 3대에 걸친 정권세습을 하면서 일반적인 사회주의국가에서 나타났던 통제로 인한 인권침해 양상을 보다 연장심화시켰다고 평가된다.

      

    나아가, 북한은 헌법과 인권개념 마저도 자신들의 독재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였을 뿐만 아니라, 선군정치를 표방하여 천문학적 군사비와 체제선전비를 투입하고 선군지도자의 안녕과 보위에 과도한 경비를 지출하여 민간경제를 침체시키고 북한 주민들을 지하경제에 의존하도록 하여 인민경제생활 향상에 책임을 다하지 못하면서도 근본적인 개혁·개방을 거부하고 있는데, 이는 선군정치가 얼마나 자국민들의 생활수준 개선, 복리 증진 등 정권의 기본 소임을 방치하고 체제 안보만을 유지하기 위한 정치 외교 방식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라 하겠다​22).


    나아가, 북한은 선군정치를 내세워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며 군사적 대결을 불사하는데, 이는 결코 자주권을 통한 인권보장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국제 긴장을 고조시켜 체제결속을 도모하고 주민들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한 체제유지 수단으로 평가되며, 북한을 국제적으로 더욱 고립시켜 경제적 어려움에 빠지게 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북한의 인권상황에 대하여 국제사회가 유엔을 중심으로 2003년부터 북한인권결의안을 매년 채택하고, 2013년부터 현재까지 북한인권조사위원회의 인권보고서를 제출하고 있으며, 북한인권문제의 개선을 위한 한국정부와 시민단체의 노력이 다양하게 전개되었지만 아직도 괄목할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북한의 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은 위에서 살펴 본 북한의 특수한 정치·경제·외교 정책과 인권에 대한 사상적 배경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원인을 파악한 다음 다각적으로 접근할 때 보다 더 근본적인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한예정 변호사
    서울시립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법학전문석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법무법인 산지 변호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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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현욱 외 9, 북한체제의 수립과정: 1945-1948(경남: 경남대학교출판부, 1991), p.38.

    2) 김영진, “북한 인권문제의 원인과 포괄적 해법 연구,” 대진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15, p.90.

    3) 전일욱, 북한 인권실태에 대한 유엔의 활동과 한국의 역할, 한국동북아논총 제23권 제2[통권 87] 2018 P.52.

    4) 김현식·손광주, 다큐멘터리 김정일, 천지미디어, 1997, p.153.

    5) 박진우, 2009년 개정 북한헌법에 대한 분석과 평가: 권력구조를 중심으로, 세계헌법연구 제16권 제3, 세계헌법학회 한국학회, p.866-867

    6) 박진우, 전게논문, p.868-869

    7) 박정원, 북한정권 수립 70년과 북한헌법의 변화와 전망, 북한법연구제20, 북한법연구회, p. 264-265

    8) 김정원, 전게논문, p. 267

    9) 이무철, ‘북한 인권문제와 북한의 인권관: 인권에 대한 북한의 시각과 정책에 대한 비판적 평가, 현대북한연구, 북한대학원대학교, 141(2011), P. 149-150

    10) 이무철, 전게 논문, P.150

    11) 리현도, 제국주의자들의 인권옹호타령은 침략과 간섭의 수단, 노동신문, 2010. 3. 21.

    12) 이무철, 전게 논문, P.

    13) 리현도, 제국주의 자들의 인권옹호타령은 침략과 간섭의 수단.

    14) 이무식, 전게논문, P. 152-153

    15) 반역사적인 지배주의 외교정책-미국 인공공세, 로동신문, 2007. 9. 13.

    16) 2009년 유엔 국가별 정례인권검토(UPR)에 북한이 제출한 국가 인권보고서

    17) 조선중앙방송, 1999. 7. 22, 2001.6. 16.

    18) 이교덕, 이상원, 김정일 정권의 외교전략과 전망, 평화연구12(1), 고려대학교 평화와 민주주의연구소, p.14

    19) 이교덕, 이상원, 전게 논문, p.15

    20) 이교덕, 이상원, 전게 논문 p.21

    21) 전일욱, 전게논문, P. 52.

    22) 제성호, 북한의 인권정책, 2018 북한인권백서, 대한변호사 협회, p.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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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일의 당위성과 목적

    1945년 38선으로 남과 북이 갈라진 이후 74년이 지났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38선을 잠정적인 것으로 생각하였고, 장기간 한반도가 분단 될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유엔은 한국임시위원단을 설치하여 한반도 내에 단일한 정부를 수립하기 위한 총선거를 계획했지만, 舊소련과 북한의 김일성은 한반도 내에 공산국가를 세우기 위해 이를 거부했다. 결국, 모두가 아는 바와 같이 남쪽에는 대한민국이 건국되고, 북에는 공산주의 이념에 따른 체제가 들어섰다. 그리고, 북한의 김일성과 소련의 스탈린, 중국의 마오쩌둥은 한반도 전역의 공산화를 위해 대한민국을 침략하였으나 유엔을 비롯한 자유세계는 이를 성공적으로 막아냈다. 이에 대하여 지난 2005년 동국대 강정구 교수는 북한의 김일성이 대한민국을 침략한 전쟁을 소위 ‘통일전쟁’이라고 의미를 부여하여 큰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분단된 두개의 정치체제를 하나로 통합하기 위한 것이라는 면에서 김일성의 침략전쟁을 ‘통일전쟁’으로 부른 것인데, 이는 통일 그 자체를 목적으로 보고, 왜 통일을 이루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헌법적 당위성을 고려하지 않은데서 비롯된 잘못된 주장이다.

    1948년 8월 15일 제정된 제헌헌법으로부터 현행헌법에 이르기 까지 우리 헌법은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규정해오고 있다. 또한 제4공화국 헌법에서 처음 삽입된 통일 조항은 현행헌법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는 것으로 명문화되었다. 통일조항과 영토조항을 종합해 보면 헌법은 대한민국 정부에 대하여 자유민주주의가 북한지역에까지 미치도록 하는 통일을 이루도록 하는 헌법적 의무를 부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요컨대, 우리 헌법은 대한민국 주도하에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통일을 이루어 북한지역의 주민들 역시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를 누리며 인권이 보장되는 삶을 살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조건적으로 통일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보장하는 체제로의 통일을 추구해야 한다. 이러한 헌법적 요구에 따른 통일을 실현함에 있어서 공산주의 이념에 기초하고 있는 북한체제와의 통일은 현실적으로 북한체제의 붕괴를 거쳐서 실현될 수 밖에 없다. 즉,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과 북한이 추구하는 공산주의 이념 혹은 김일성 일가에 대한 절대적 지위를 보장하는 체제로의 통일은 상호간에 어떠한 교집합도 없고 타협의 여지도 없기 때문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은 곧 북한체제의 소멸을 의미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북한인권문제의 특징

    지난 2014년 유엔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발표한 북한인권 COI보고서는 북한이 현존하는 거의 모든 종류의 인권규범을 조직적으로 위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고서는 북한의 인권침해행위들을 사상, 표현 및 종교의 자유 침해, 북한당국이 지정한 계급(성분), 성별, 장애에 따른 차별, 거주, 이전의 자유 침해, 식량권 및 관련 생명권 침해, 자의적 구금, 고문, 처형, 강제실종 및 정치범수용소, 외국인 납치 및 강제실종, 인도에 반하는 죄(crimes against humanity)로 분류하였다. 인도에 반하는 죄의 경우 정치범수용소 및 교화소 수용자, 기독교인, 탈북시도자를 대상으로 자행되고 있으며, 교화소 수용자라고 하여 정상국가에서 의미하는 정상적인 재판절차를 거친 수감자가 아니라 신앙생활이나 외국영화시청, 국제전화 사용 등 국제인권규범에 반하여 북한당국이 금지한 행위가 발각되어 수감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북한은 정책적으로 6.25전쟁 기간부터 현재까지 우리국민들을 비롯한 외국인에 대한 납치를 자행하여 국제법상 인도에 반하는 죄의 하나인 강제실종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유엔 COI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유엔 COI보고서는 북한은 공산주의 이념에 기반하고 있으면서도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권력의 3대 세습이 이루어지는왕조”(Dynasty)체제임을 밝히고 있다. 또한 유일사상10대원칙이라는 지도이념은 지도자인 김일성에게 신적 지위를 부여하고 그의 자녀들과 가족들에게도 특별한 권위를 부여하여 유사종교적 성질까지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북한이 조직적으로 자행하는 심각한 수준의 인권유린행위들은 이러한 김일성 일가의 통치권력을 수호하기 위한 수단의 일종으로 모든 국가기구가 동원되어 자행되고 있다. , 김일성 일가의 통치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전 주민에 대하여 사상, 표현, 종교적 자유를 박탈하고 조직적인 교육을 통해 김일성 일가에 대한 절대적 숭배의식을 주입하고, 물리적인 이동을 금지하는 방식으로 사회를 통제하고 사회 전체를 외부세계로부터 거의 완전하게 격리하여 내외부정보를 통제하고 오직 당국이 유도하는 방향으로만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

    또한 김일성 일가를 제외하고 전제주민들을성분이라는 이름의 계급으로 구분하여 핵심계층, 기본계층, 적대계층 및 51개 세부계층으로 분류하고 이를 기준으로 식량, 직업, 거주지, 교육 등 삶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적으로 대우하는 방식으로 주민들을 통제하고 있다. 이러한 북한당국의 통제 속에서 주민들은 계급에 따른 차별이 심리적으로 내재화되어 인간적인 존엄성에 대한 인식을 가질 수 없게 된다. 결론적으로 북한인권문제는 북한체제의 본질적 성격과 결부되어 북한체제는 대규모 인권범죄를 기반으로 유지되고 있고, 북한체제가 곧 인권범죄의 원인이자 목적이 된다고 해도 무리가 없다.

    북한인권문제와 함께 결부되어 통일 이후 정리가 필요한 사안은 전쟁범죄 문제이다. 1953년 체결된 휴전협정은 관련 국제법 규범을 기준으로 볼 때 그 명칭과 내용, 협정 체결 이후 장기간 휴전체제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6.25전쟁을 종료시킨 효과를 가지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쟁책임과 전후배상문제는 물론이고 전시 및 전후 민간인 납북자 문제와 국군포로 미송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있어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사안이다. 또한 북한은 휴전협정 체결 이후에도 테러를 비롯한 무력도발행위를 자행하여 휴전협정과 국제법을 위반한 바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표면적으로 인권유린행위들과는 성격이 다른 사안이지만 북한당국이 주민들에 대하여 자행하는 인권유린행위들과 동일한 맥락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는 것이 합당한 것으로 생각된다. 결국, 6.25전쟁과 관련된 문제를 포함한 북한인권문제는 거의 70여년에 걸쳐 북한주민과 한국인 그리고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자행되어 온 사안이고, 전쟁범죄와 평시의 인권유인행위에 이르기까지 매우 광범위한 범위에 걸쳐 있는 것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전환기 정의 개요

    통일 이후 우리가 이러한 복잡한 북한인권문제를 다루기 위하여 반드시 검토해야 할 개념이 바로전환기 정의’(transitional justice)이다. 전환기 정의란 전체주의나 공산주의 체제와 같은 억압적인 체제에서 자유와 민주주의가 보장되는 체제로 전환이 이루어진 이후 이전 체제하에서 체제유지를 목적으로 자행된 인권유린행위들을 청산하는 과정으로 요약할 수 있다. 유엔은 전환기 정의를체계적이고 거대한 규모의 인권유린에 대한 접근방법으로써 인권유린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인권유린의 원인이 되는 체제나 무력충돌상황 등을 변화시키는 기회로 설명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전환기 정의 개념은 1970년대와 80년대 권위주의 정부를 거친 남미각국과 냉전 이후 체제전환을 이룬 동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이전의 체제 아래서 발생한 인권범죄를 청산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하였다

    또한 90년대에는 아프리카와 발칸지역에서 종교와 민족주의로 인한 내전 중 발생한 인권유린, 전쟁범죄 청산과정에서 전환기 정의 개념은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에 대한 배상을 넘어서서 새롭게 수립된 체제의 정치적 안정과 사회통합을 이루기 위한 기능이 강조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목적에 따라 전환기 정의 매커니즘을 실행하는데 있어서 유엔은 10가지의 지침을 제시하고 있는데, 핵심적인 내용은 ⅰ)법치주의를 비롯한 국제적 기준과 규범에 부합해야 한다는 점, ⅱ)각국이 가진 정치적 환경과 맥락에 맞게 실행되어야 한다는 점, ⅲ)각각의 전환기 정의 매커니즘들이 적절히 통합되어 유기적으로 실행되어야 한다는 점, ⅳ)아동과 여성에 대한 배려와 피해자를 중심으로 실행되어야 한다는 점 등이다. 이러한 전제를 바탕으로 정부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 진상조사, 피해배상, 재발방지를 위한 정부개혁조치를 실행하여 과거의 인권범죄를 정리하게 된다.

     

    가해자 처벌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전환기 정의 조치 중 가장 핵심적인 조치이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재판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위에서 언급한 것 처럼 재판절차는 국제인권규범이 보장되는 적법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서 규정된 자의적 체포 금지, 체포이유를 통보 받을 권리, 무죄추정의 원리,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불리한 진술이나 자백을 강요 받지 않을 권리, 죄형법정주의 원칙 등이 보장되어야 한다. 국가차원에서 자행되는 대규모 인권유린행위의 가해자를 국제재판소에서 처벌할 때 그 처벌근거가 되는 범죄는 제노사이드와 인도에 반하는 죄이다. 국제법을 근거로 하여 대규모 인권범죄를 처벌하기 위한 기구는 상설기구인 국제형사재판소(ICC)와 개별 상황을 다루기 위해 임시적으로 설치된 구유고 국제형사재판소(ICTY), 르완다 국제형사재판소(ICTR)과 같은 임시재판소(ad hoc tribunal)가 있다. 또한 사안에 따라 유엔과 사건이 발생한 국가가 공동으로 설치하여 운영하는 혼합형 재판소(hybrid tribunal)도 있는데, 대표적인 경우가 시에라리온 특별재판소(SCSL)와 캄보디아 특별재판부(ECCC)이다. ICC를 제외한 재판소들은 해당 사안에 따라 처벌의 대상이 되는 인적관할과 처벌대상범죄가 조금씩 상이하다

    혼합형 재판소의 경우 유엔이 설립과정에 개입하는 방식, 사건발생국 인력과 외국인 인력의 비율 등에 따라 그 형태가 달라진다. 중요한 점은 인권범죄의 양상과 사건발생국가의 내부적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그 형태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환기 정의적 관점에서 가해자 처벌은 응보적 정의를 이루는 수단이 된다. 뿐만 아니라 체제 전환 이후 인권범죄의 피해자이자 규범의 수범자에 불과했던 사람들에게 법치와 법 앞의 평등이 무엇인지를 실질적으로 보여주는 교육적 기능을 할 수 있다. , 최고권력자였던 사람 역시 법의 심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그 역시 공정한 재판절차를 통해 행위에 따른 처벌을 받는 것은 민주주의 체제로의 전환 이후 사람들에게 민주주의와 법치를 가르쳐주는 살아있는 교과서의 역할을 할 수 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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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엔 COI보고서는 북한이 인도에 반하는 죄를 자행하고 있다는 적시하고 있고, 이것이 북한체제의 본질적 성격과 관련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인도에 반하는 죄가 북한의 주요 국가기관들에 의해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자행되고 있다는 점을 밝히면서, 북한의 최고위층에서 승인된 정책에 따라 반인도 범죄가 저질러지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유엔 COI보고서는 이러한 인권범죄의 책임자들을 처벌하기 위한 조치로써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는 안과 구유고 국제형사재판소(ICTY)와 같은 임시국제형사재판소를 설치하는 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ICC에 사건을 회부하는 안은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으로 인해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문턱을 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존재한다. ECCC와 같은 혼합형 재판소 모델은 국제사회와 한국이 공동으로 재판소의 설치와 운영에 참여하여 북한 인권범죄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는 모델이 될 수 있다

    특히 이 안은 국제법상 국가로 인정되는 북한체제가 붕괴된 이후 국제문제화 된 북한인권문제를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당사국인 한국과 함께 다룰 수 있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하지만 혼합형 재판소 모델이 성공하기 위한 가장 결정적인 조건인 재판의 독립성이 확보될 지 여부가 우려된다. 북한문제에 관한 한국 내부의 첨예한 정치적 대립에 비추어 경우에 따라 당사국이라 할 수 있는 한국이 인권범죄 가해자 처벌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로 북한을 추종하는 위헌정당으로 해산된 통합진보당의 사례와 북한인권문제에 침묵하는 국내좌파진영의 태도를 보면, 통일 이후 사회통합을 명목으로 북한인권범죄 책임자 처벌에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재판에 개입을 시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ECCC의 경우 당사국인 캄보디아 정부의 정치적 개입으로 인해 그 효율성과 성공 여부가 의심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북한인권문제에 있어서 혼합형 재판소 모델은 적합한 모델이 아닐 것이다. 남는 옵션은 임시국제재판소 모델인데, 이 역시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문턱을 넘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유엔 COI보고서가 제안한 것 처럼 안보리가 아닌 유엔총회를 거쳐 임시재판소의 설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유력하게 검토할 만 하다.

     

    진상조사

    전환기 정의 매커니즘의 또 다른 조치는 진상조사이다. 진상조사는 전환기 정의의 목적 중 회복적 정의를 이루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진상조사는 말 그대로 과거 발생했던 인권유린사태에 대한 진상규명을 하는 것인데, 가해자에 대한 재판절차 과정에서 사실관계를 확정하는 것과는 달리 진상조사는 인권유린사태 전반의 진실과 사건이 발생하게 된 맥락과 원인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활동이다. 이러한 진상규명활동의 결과는 인권유린사태의 피해자들에 대한 금전적 배상, 복권조치, 추모사업(시설건립) 등과 같은 회복적 정의 실현의 중요한 근거가 된다

    진상조사활동이 가지는 또 다른 기능은 전환기 이후 사회통합에 기여한다는 점이다. 진상조사활동 과정에서 가해자들이 진실을 밝히도록 유도하고 동시에 자신의 행위에 대한 진정한 반성과 피해자들에 대한 사죄를 통해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화해를 촉진하여 전환기 이후 사회적 통합을 이루어 민주주의 체제를 더욱 공고히 다지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진상조사활동을 담당하는 독립기구를진실화해위원회로 부르기도 한다. 진상조사활동은 또한 형사처벌의 대체적 기능을 할 수도 있다. 사안에 따라 인권범죄가 발생한지 지나치게 오랜 시간이 지나 가해자들이 사망하여 처벌이 불가능한 경우 형사처벌의 대안으로써 진상조사활동이 진행될 수 있다.

    북한인권문제에 있어서 진상조사는 매우 광범위한 사안들을 다루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인권문제는 북한체제 자체가 원인이 된다는 점에서 북한체제가 수립된 1948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자행되어 온 인권유린행위들은 대부분 진상조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특히, 많은 사안들에 있어서 가해자 처벌과 진상조사가 병행되어야 하지만 가해자 처벌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진상조사활동의 중요성이 더욱 클 것으로 생각된다. 정치범수용소에 관한 사안, 90년대 말 대량아사사태에 관한 사안, 외국인 및 한국국민의 납치, 강제실종에 관한 사안, 6.25전쟁의 발발과 전쟁 과정에서의 북한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사건 등은 중요한 진상규명의 대상이다.

     

    피해배상

    전환기 정의 매커니즘의 하나인 피해배상은 피해자들에 대하여 보다 직접적인 보상을 하여 회복적 정의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다. 대규모 인권범죄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은 원상회복, 금전적 배상, 재활지원, 만족조치(satisfaction), 재발방지의 보장으로 구분되는데, 유엔은 인권범죄 피해의 유형으로써 국제인권법과 국제인도법의 중대한 위반으로 인해 발생하는 신체적, 정신적 피해, 심리적 고통, 경제적 손실, 기본권의 침해를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피해사실에 대하여 피해자는 그가 당한 피해에 비례하여 배상을 받을 수 있다. 피해배상의 주체에 대하여 주의할 점은 인권범죄의 가해자 처벌과 달리 피해배상의 주체는 국가를 포함한다는 점이다. , 피해배상에 관한 유엔 가이드라인은 대규모 인권범죄가 국가적 차원에서 자행된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국가가 배상책임을 가지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만이 배상의 주체가 되는 것은 아니고 인권범죄에 대하여 책임을 가진 개인과 법인 역시 배상의 주체가 될 수 있다

    또한 피해배상의 객체는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 뿐 아니라 피해 당사자의 가족 등 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도 피해자로서 배상의 권리를 가진다. 대규모 인권범죄는 그 대상이 다수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피해자 역시 다수이기 때문에 개별적인 배상보다는 집단적인 배상과 비금전적 배상의 비중이 더 클 수 있다. , 금전적 배상의 경우에도 집단적 차원에서 사회부조의 형태로 배상이 이루어질 수 있고, 비금전적 형태의 배상으로써 권리의 회복이나 과거의 체제불법에 의한 판결의 무효화, 가해자의 사실인정과 사죄와 같은 형식의 배상, 기념시설, 추모사업과 같은 형식의 배상의 비중이 클 수 있다. 특히, 배상의 한 형태로써 재발방지의 보장은 군대, 보안기관 등에 대한 민간통제의 확립,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재판절차 확립, 공무원 등 국가기관, 공공기관 종사자들에 대한 재교육 등이 있다. 이것은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의 일종이면서도 동시에 전환기 정의조치의 일환으로써 수행되는 정부개혁에 해당하기도 한다.

    통일 이후 북한인권유린에 대한 피해배상조치는 매우 난해한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북한체제의 특성상 북한의 인권범죄 피해자는 상당할 것이고, 각 사안별로 일정한 기준 혹은 피해정도에 따라 피해대상자를 적절한 선으로 한정한다 할 경우 불가피하게 피해자임에도 배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나타날 수 있다. 이는 원칙에 부합하지 못하므로 지양해야 한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배상의 주체와 배상의 재원이다. 배상의 주체는 인권범죄를 자행한 국가 즉, 북한당국과 북한 당국의 최고수뇌부 개인에게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전환기 정의조치의 전제조건으로써 북한체제의 소멸을 가정한다면 북한당국은 그 실체가 없기 때문에 더 이상 배상의 주체가 될 수 없고 남는 것은 북한체제의 최고위층 인사들일 것이다. 그러나 이들에게 인권범죄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재원을 확보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마지막으로 남는 가능성은 대한민국 헌법 제3조 영토조항에 근거하여 북한주민들 역시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전제 하에 대한민국 정부가 배상책임을 부담하는 것인데, 이것은 국내적으로 상당한 논란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현실화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북한인권문제와 배상책임에 관하여 상당한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인권문제 해결에 있어서 전환기 정의가 가지는 의미

    북한인권문제는 과거 전체주의, 공산주의 체제에서 발생했던 대규모 인권범죄와 비교해 볼 때 발생기간과 규모, 인권유린행위의 유형에 있어서 가장 잔혹하고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또한 북한체제의 본질적 성격으로부터 인권범죄가 자행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내부적인 변화의 가능성을 예상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이러한 심각성과 복잡성을 지닌 북한인권문제 청산의 도구로써 전환기 정의가 가지는 의미는 작지 않다

    단순히 대규모 인권유린사태의 정리와 해결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통일된 대한민국이 한반도 북부지역에서 자유와 민주주의적 질서를 견고하게 안착 시킬 수 있는 중요한 기재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환기 정의가 의미를 가진다. , 전환기 정의 매커니즘을 통해 북한주민들에게 민주주의와 법치, 자유와 평등을 교육하고, 인권범죄의 가해자 집단과 피해자 집단의 갈등을 예방하여 사회적 통합과 안정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전환기 정의는 북한주민들에게 그들이 통일된 국가의 시민이자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가진 존재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아울러, 통일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국가 혹은 다른 개인으로부터 자신의 권리와 존엄성을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주어 북한주민들이 새로운 체제에서 심리적으로 정착하도록 촉진하여 사회적 분위기를 안정시킬 수 있다. 결국 전환기 정의는 사회적 통합과 안정을 확보하여 통일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성공적으로 세워 나가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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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경모 미국변호사
    연세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 재직하였고 250여 편의 논물을 저술하여 '국제신경정신약물학회 선구자상'을 받았다. 대한정신약물학회장,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초대 이사장, 서울 은평병원장을 역임하였고, 현재 한국성과학연구협회 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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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은 중국과 압록강과 두만강에 걸친 약 1,300Km의 국경을 마주하고 있어, 강폭이 짧은 강의 상류를 헤엄치거나, 겨울철 얼어 붙은 강위를 걸으면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갈 수 있다. 그리하여, 북한에 가뭄과 대홍수로 인한 식량난이 발생한 1990년대 초 이후 북 한 주민의 눈에 띄는 이탈이 생기기 시작하여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극심한 기아사태를 겪게 되면서 중국으로 유입된 탈북자들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이에, 수십 만 명으로 추정되는 탈북자들이 현재까지 국경을 넘었고, 자진 귀환했던 탈북자도 계속적인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하여 재탈북하여 길림성, 흑룡강성, 산동성, 요녕성 등 중국 북동부 지역에서 장기 체류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한국을 포함한 제3국으로 망명을 시도하는 사례 역시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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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예정 변호사
    서울시립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법학전문석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법무법인 산지 변호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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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엔  평화구축위원회(UN  Peacebuilding Commission)는 전환기 정의에 대해 “체계적이고 거대한 규모의 인권 유린에 대한 접근방법으로서 인권 유린의 피해자들에게 배상을 제공하고 인권유린의 원인이 되는 정치체제, 분쟁, 혹은 그 밖의 다른 원인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만들거나 그러한 기회를 강화할 수 있는 체제”를 말하고, 2010년 유엔사무총장실에서 는 “전환기 정의에 관한 유엔의 접근법”을 안내 지침문으로 발표하여 “한 사회가 과거 역사 속 의 대규모 잔학 행위의 유산을 극복하려는 모든 과정과 메커니즘”으로 정의했다. 전환기 정의의 목표는 “책임 소재를 규명하고, 정의를 실현하며 당사자 간에 화해를 꾀하는 것”이며 결국  “법치( Rule of Law)” 강화를 위한 활동임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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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미영 교수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석사 과정 후, 한동국제법률대학원에서 법학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미국 노틀담 대학교에서 국제인권법과정을 마치고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이사 및 홍보실장, 한국전쟁납북사건자료원 연구실장, 한동대 이공계융합교육센터 특별초빙교수, 조선일보 기자를 역임하였다. 현재는 주식회사 브이오엔 대표이사, 법치와자유민주주의연대 사무총장, 세이지코리아 및 도서출판세이지 대표이자 전환기 정의연구원 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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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호에 썼듯이 2013년 3월 스위스 제네바 에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이하 “COI”) 가 설치되고, 372쪽(영어본)에 달하는 보고 서가 이듬해 2월 발간되었다. 이것은 북한인권운동사 관점에서 하나의 사건이자 획기적인 발전이 아닐 수 없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인권문제에 관한한 대체로 반세기 이상 무거운 침묵을 지켜왔던 것이 사실이다. 


    유엔이  2004년  비팃  문타폰  (Vitit Muntarbhorn,  2004-2010년),  2010년 마르주키  다루스만(Marzuki  Darusman, 2010-2016년), 2016년 킨타나 오헤어(To- mas Ojea Quintana, 2016년~현재) 북한 인권  특별보고관(Special  Rapporteur)을 임명하여 활동을 시작한 것은 그 동안의 작 고 많은 노력들이 큰 물줄기를 이루는 계기가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13년 마르주 키 다루스만 특별보고관 보고서가 나온 후 유엔에서 시리아에 이어 북한 COI가 설치됨으 로써 북한의 인권문제는 바야흐로 국제사회의 중심 이슈 중 하나로 부상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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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미영 교수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석사 과정 후, 한동국제법률대학원에서 법학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미국 노틀담 대학교에서 국제인권법과정을 마치고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이사 및 홍보실장, 한국전쟁납북사건자료원 연구실장, 한동대 이공계융합교육센터 특별초빙교수, 조선일보 기자를 역임하였다. 현재는 주식회사 브이오엔 대표이사, 법치와자유민주주의연대 사무총장, 세이지코리아 및 도서출판세이지 대표이자 전환기 정의연구원 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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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호에 “우리가 왜 주체사상파와 싸워야 하는지”에 대해 썼다. 어떤 프레임에 갇히면 정말 중요한 진실을 볼 수 없게 될 수 있다. 주체사상파의 시각은 “우리 민족”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어 북한 정권이 70년이 넘도록 북쪽이든 남쪽이든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 속에 “우리 민족”을 밀어 넣었는데도 마치 북한 정권이 민족의 존엄과 복리를 대변하는 다른 한쪽이라는 망상이 널리 유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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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미영 교수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석사 과정 후, 한동국제법률대학원에서 법학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미국 노틀담 대학교에서 국제인권법과정을 마치고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이사 및 홍보실장, 한국전쟁납북사건자료원 연구실장, 한동대 이공계융합교육센터 특별초빙교수, 조선일보 기자를 역임하였다. 현재는 주식회사 브이오엔 대표이사, 법치와자유민주주의연대 사무총장, 세이지코리아 및 도서출판세이지 대표이자 전환기 정의연구원 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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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봄부터 2009년 봄까지 한동대에서 ‘지성과 현실’이라는 제목의 학부 교양 수업을 맡았다. 북한 인권 문제를 법적으로 다루기 위해 미국법과 국제법을 공부하러 로스쿨을 간 것이었는데 예상하지 못한 다른 일들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강좌명은 [지성과 현실]로 짓고, 강의는 대학원때까지 전공이었던 근대사상사를 큰 줄기로 해서 신문기자 등 저널리스트로서의 경험, 북한 인권운동가로서의 경험을 살려 인간의 정신이 만들어가는 현실, 역사, 국제정치, 그리고 한반도 미래 전망을 통합적으로 구성하여 가르치게 되었다. 지성과 현실이 한 패로 다닐 때가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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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미영 교수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석사 과정 후, 한동국제법률대학원에서 법학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미국 노틀담 대학교에서 국제인권법과정을 마치고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이사 및 홍보실장, 한국전쟁납북사건자료원 연구실장, 한동대 이공계융합교육센터 특별초빙교수, 조선일보 기자를 역임하였다. 현재는 주식회사 브이오엔 대표이사, 법치와자유민주주의연대 사무총장, 세이지코리아 및 도서출판세이지 대표이자 전환기 정의연구원 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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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동양의 예루살렘으로 불렸던 북한은 종교의 자유를 탄압하는 가장 억압적인 국가 중 하나다. 종교 활동의 외양은 정부가 후원하는 소수의 예배 장소에서 보일지 모르나, 광범위한 증언을 통 해 북한 정권이 종교인들을 국가 안보 범죄자로 간주하고 그에 따라 기소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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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재천 교수
    미국 버지니아 폴리테크닉 주립 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뉴욕 브룩클린 로스쿨에서 JurisDoctor 학위를 받았고, 뉴저지주/뉴욕주 변호사자격을 취득하였다. 국방부 법무관리관실 군법무관과 뉴욕주 검사, 국가인권위원회 정책국장을 역임했고, 현재 북한인권 시민연합의 국제이사이며, 한동대학교 국제법센터 소장 및 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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